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미국, 유럽의 틈바구니에서 ‘분쟁의 땅’이 됐다. 세계적인 곡창지대를 갖고 있고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점이 우크라이나의 강점이지만, 끝없이 외세의 침략을 받는 이유도 됐다.
이 책은 우크라이나의 복잡하고 긴 역사를 풀어낸다. 다른 민족의 지배를 받고 독립하기를 반복하면서 지금과 같은 국가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분석한다.
우크라이나의 출발은 루스 카간국으로, 러시아(루스)의 국가명도 여기서 유래했다. 프랑스에서 12세기까지 모든 견직물은 루스제로 여겨질 만큼 우크라이나 지역은 농업과 상업, 무역의 중심지였다. 12세기 말 우크라이나 인구는 800만명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신성로마제국의 인구가 800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우크라이나는 대국이었다. 과학기술 수준이 높았고 호로비츠와 니진스키 같은 문화예술계의 대가도 배출했다.
러시아,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 많은 국가가 우크라이나를 탐냈다. 우크라이나는 나폴레옹 전쟁과 크림 전쟁의 전장이었고 제1차 세계대전의 격전지였다. 1922년에는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소련)이 성립되면서 소련을 구성하는 연방국의 하나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 때엔 독일에 점령됐다. 독일은 이때 우크라이나에서 90만명의 유대인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1991년 소련의 해체와 함께 독립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곳이 됐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흑해에 면해 있다는 지정학적 위치, 자원 및 기술 보유에 따른 잠재력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대사를 지낸 저자 구로카와 유지는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명백히 존재하고 있었으나 지금까지 몇 세기 동안이나 마치 지하 수맥처럼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면서 “내가 우크라이나를 ‘발견’한 것처럼 일본에서도 우크라이나가 ‘발견’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저자는 1944년 일본 아이치현에서 태어나 도쿄대 교양학부를 졸업했다. 외무성에 들어가 캐나다 몬트리올 총영사,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코트디부아르 대사를 지냈다. 현재 국제우크라이나학회 일본지부를 이끌고 있다. 저서로 ‘국제화가 일본의 공공정책에 끼치는 영향: 세계에서 일본 정부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등이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