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버스에 치사량 수준 일산화탄소… 6시간 가량 노출된 듯

입력 2022-02-17 04:04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가 16일 충남 천안시 천안동남경찰서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유세용 버스를 합동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 천안의 안철수 대선후보 유세버스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숨진 선거운동원과 운전기사는 화물칸 발전기에서 뿜어져 나온 치사량 수준 농도의 일산화탄소(CO)를 6시간가량 동안 들이마셨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국가스안전공사가 16일 경찰 등과 함께 유세버스 화물칸에서 30분 동안 발전기를 돌렸더니 차량 내부에서 고농도 일산화탄소가 검출됐다.

운전기사가 쓰러져 있던 운전석 부근 CO 농도가 1500ppm으로 측정됐고, 선거운동원이 있던 뒷자리의 농도는 2250ppm이었다. LED 스크린 작동을 위한 발전기가 있던 화물칸의 농도는 4080ppm에 달했다. 전날 선거운동원 등을 병원으로 이송한 직후 측정했을 당시 버스 내부 CO 농도는 약 250ppm이었다.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체내로 산소가 공급되는 것을 방해해 어지럼증과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CO 농도가 1600ppm인 곳에 머물면 2시간 이내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 3200ppm이 넘는 환경에서는 30분 이내에 사망한다.

경찰이 확인한 유세버스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도 선거운동원과 운전기사는 차량 정차 후 20여분이 지나자 발작과 호흡곤란을 증세를 보였고, 1시간 10여분 만에 의식을 잃었다. 사고 유세버스가 현장에 멈춘 시점은 15일 오전 11시 30분쯤이다. 고인들은 낮 12시 40분쯤 쓰러진 다음에도 5시간 가까이가 지나서야 발견됐다.

감식반은 이와 함께 운전석 옆 창문을 제외한 버스 모든 창문이 특수소재의 필름으로 덮여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전날 강원도 원주시 평원동에 있던 안 후보의 또 다른 유세 차량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해 운전기사가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업계는 LED 전광판의 경우 일반적으로 1t 또는 2.5t 화물차에 달리지만, 이번 사고처럼 대형버스에 제작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는 반응이다. 버스들은 경기 김포에 본사를 둔 이동광고매체 업체에서 일괄 제작됐는데, 이 회사 홈페이지 납품 이력에도 LED 래핑버스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차량 등화장치인 LED 전광판을 설치하며 한국교통안전공단의 구조 변경 승인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천안·원주=전희진 서승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