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안철수’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지난 14일 여론조사 방식의 야권 단일화를 전격 제안하면서 대선 판도를 흔들었다. 그러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5일 안 후보 유세 버스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단일화 논의는 더욱 위축됐다.
안 후보는 버스 사고로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했다. 부인 김미경 교수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어려움을 겪은 데 이어 악재가 겹친 것이다. 유의미한 지지율 반등도 보이지 않음에 따라 단일화 논의를 주도적으로 끌고 갈 동력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는 처음부터 윤 후보 측의 반발을 불렀다. 안 후보의 공개 제안에 앞서 양측은 여러 채널로 물밑에서 단일화 방식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 측은 여론조사 방식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내부적으로는 책임총리직 제안 등 공동정부 구성 방식의 단일화에 무게가 실렸다.
이 때문에 윤 후보 측은 14일 안 후보의 전격적인 제안에 당황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여론조사 방식은 우리가 전혀 받을 수 없는 내용이어서 진정성이 의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여론조사 방식이 우리의 마지막 제안”이라며 “물밑 접촉 같은 것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위원장은 단일화 제안에 대한 답변 시한으로 ‘2~3일’을 제시했다. 안 후보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가 직접,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결심을 밝혀주셨으면 한다”고 압박했다.
팽팽했던 단일화 논의는 안 후보에게 큰 악재가 터지면서 급변하는 양상이다. 15일 오후 충남 천안의 한 도로에 정차해 있던 안 후보 유세 버스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에 안 후보는 선거운동을 중단했다.
윤 후보는 16일 저녁 천안으로 내려가 숨진 국민의당 당원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안 후보와 만났다. 윤 후보는 안 후보와 25분간 독대한 뒤 기자들에게 “안타깝고 불행한 일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의 위로라도 드렸다”면서 “여러분이 추측하는 다른 이야기(단일화 관련)는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안 후보가 막 단일화를 제안한 데다가 지지율이 빠지는 시점에 불상사가 생긴 것”이라며 “심리적으로 약해지고 단일화 동력,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도 “단일화가 좀 더 어려워지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극적 담판’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후보에게 악재가 겹치면서 담판 방식의 단일화 가능성이 더 커진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문동성 구승은 기자, 천안=손재호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