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신변보호 대상이던 40대 여성이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난 전 남자친구에게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형사사법 기관이 스토킹 범죄 가해자 신병 확보에 보다 전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구로경찰서는 신변보호 여성 살해 사건의 피의자 조모(56·사망)씨가 피해자를 흉기로 찌르기 이틀 전인 지난 12일 서울남부지검에 조씨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폭행 및 특수협박, 업무방해, 강간에 더해 스토킹 혐의까지 적용했다. 하지만 담당 검사는 “일부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 신청을 반려했다. 스토킹 범죄 부분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스토킹 혐의를 추가한 것이 역효과를 낸 셈이다.
전문가들은 스토킹 혐의의 경우 지속성·반복성이라는 특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하기 때문에 단시간 내 작성된 영장은 기계적으로 반려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일단 스토킹은 빼고 폭행, 특수협박 등만 기재했다면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가 부각돼 구속영장이 발부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검찰과 법원의 보다 적극적인 판단을 구하는 차원에서 스토킹 범죄가 있었다는 사실을 참고해달라는 내용을 영장에 기재했었다”며 “스토킹 혐의를 뺐다면 일반 형사사건으로 판단 돼 위험성이 강조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검찰 역시 구속영장 반려 과정에서 ‘피해자의 안전’에 보다 무게를 뒀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영장에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었다면 사안의 긴급성·심각성을 고려해 반려 대신 유선으로 경찰에 확인하는 식의 유연한 방법을 활용했어야 한다”며 “경찰과 검찰의 공조가 긴밀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구속만 잘 이뤄졌어도 막을 수 있는 사건이었던 만큼 사후적인 분석을 통해서라도 재발 방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구속영장 반려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스토킹에 대해서도 충분한 소명이 이뤄졌다고 판단했지만 결과적으로 반려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이 구속영장 기각 등에 대비해 보다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분리 조치하지 않은 문제점은 남는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