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컸다… ‘김연아 키즈’ 동반 톱10 향해 ‘액셀’

입력 2022-02-17 04:02
여자 피겨 대표 유영이 15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점프 연기를 앞두고 속도감 있게 링크를 활주하고 있다. 베이징=권현구 기자

‘김연아 키즈’ 유영(18)과 김예림(19)이 올림픽 데뷔전에서 ‘클린’ 연기를 선보였다. 자신들의 우상 김연아가 빛났던 꿈의 무대에서 실수 없이 기량을 뽐냈다. 17일 프리스케이팅에서 큰 실수만 없다면 동반 ‘톱10’ 입성도 기대된다.

유영과 김예림은 15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쇼트프로그램 경기에서 각각 70.34점과 67.78점을 획득해 6위와 9위에 올랐다. 25위까지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 티켓을 무난히 획득해 한 번 더 올림픽 은반에 선다.

4조에서 연기를 펼친 김예림이 스텝 시퀀스 연기를 펼치는 모습. 베이징=권현구 기자

언니가 먼저 상큼한 출발을 보였다. 4조 첫 순서로 등장한 김예림은 프란츠 리스트의 ‘사랑의 꿈’(Liebestraum) 선율에 맞춰 연기를 펼쳤다, 3회전-3회전 연결 점프로 첫 기술을 깔끔하게 성공한 뒤 이어진 더블 악셀과 트리플 점프와 스핀, 스텝 시퀀스까지 아름답게 소화하며 큰 실수 없이 마무리 지었다.

유영은 5조 세 번째 순서에서 연기를 펼쳤다. 앞뒤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강력한 우승후보 카밀라 발리예바(16)와 알렉산드라 트루소바(18·이상 러시아)가 포진해 긴장할 법도 했지만 은빛 의상과 강렬한 표정으로 흔들림 없이 은반에 섰다.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네오클래식 ‘윌링 윈즈’(Whirling Winds)에 맞춰 첫 난관인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키는 순간 자신감은 배가됐다. 3회전-3회전 연결 점프와 트리플 점프 등 남은 요소를 깔끔하게 수행하며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예림과 유영 모두 쇼트를 통해 유려한 연기력과 예술성을 선보였다. 구성요소가 배가되는 프리스케이팅에선 체력적 뒷받침과 점프 실수 여부가 관건인 만큼 집중력 있는 연기가 요구된다. 김예림은 지아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OST, 유영은 뮤지컬 ‘레미제라블’ OST 음악과 함께 연기한다.

쇼트프로그램 결과로 내다본 포디움(시상대) 경쟁은 러시아 3인방과 일본세의 정면대결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도핑 논란에도 압도적 실력을 과시한 발리예바가 82.16점으로 1위에 올랐고 러시아의 안나 셰르바코바(18)가 80.20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점프 완성도와 깔끔한 구성요소로 선전한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22)는 79.84점으로 3위에 올라 러시아 독주에 제동을 걸었지만 러시아 트리오 중 한 명인 트루소바(74.60)가 점프 실수에도 고난도 구성 점수로 뒤를 쫓았다. 히구치 와카바(21)는 73.51점으로 유영보다 앞선 5위에 자리했다.

발리예바는 쏟아지는 관심에 부담감을 느낀 듯 이날 첫 점프인 트리플 악셀 착지에서 크게 비틀거리며 실패했다. 하지만 이어진 점프와 연기에서 한 차원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뽐내며 가볍게 선두로 나섰다. 연기 뒤 눈물을 흘리며 격한 감정을 드러낸 발리예바를 향해 현장 관중들은 기립박수와 환호를 보내 비판적인 외부 여론과 온도차를 드러냈다.

쿼드러플(4회전) 점프가 제한된 쇼트프로그램과는 달리 프리스케이팅에서는 기술 제한이 없다. 쇼트(2분50초)에 비해 프리(4분10초)는 더 긴 시간, 다채로운 점프 구성으로 승부를 펼친다. 발리예바와 트루소바 등 러시아 선수들은 쿼드러플 5종을 자유자재로 뛰며 점프 완성도에서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오리를 필두로 일본 선수들이 대항마로 주목되는 가운데 유영과 김예림의 다크호스 역할도 기대된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