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금융감독 체계 개편 방향… 李 ‘전면 개편’ 尹 ‘역할 조정’ 유력

입력 2022-02-17 04:05

현 금융감독 체계가 새 정부 출범 이후 개편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실타래처럼 서로 얽혀 시너지 효과를 내기보다는 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구체적으로 금융위를 폐지하거나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을 완전히 분리하는 안부터 금감원 권한을 제한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 등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데다 디지털금융 전환에 발맞춰 감독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현재의 금융위와 금감원 체제가 14년 만에 전면 개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후보 캠프에선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다시 기획재정부로 넘기고 독립적인 금융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기관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 같은 개편안은 이미 국회에서도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상태다. 이 후보 캠프에서 금융 공약을 맡은 이용우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대표발의한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은 금융위의 금융산업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이관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금융위 해체 후 금융 정책 및 감독 기능 조정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현재의 금융감독 체계를 크게 흔들지 않는 수준에서 기관 간 역할 조정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 후보 캠프에서 경제 공약 분야를 담당하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금융감독기관 조직 개편이나 금감원에 대한 국회 통제 강화 등 구체적인 과제에 대해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단계에서 검토될 수 있다. 현재는 금융사고 예방에 방점을 찍은 금융감독 기관 간 역할 개선이나 기능 조정 문제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의원은 국회의 금감원에 대한 포괄적 감독권 신설 등을 담은 법안을 지난해 10월 발의했다.

학계에서도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촉구하고 나섰다. 금융 분야 교수들이 주도한 ‘금융감독 개혁을 촉구하는 전문가 모임’은 이날 교수와 전문가 등 312명의 서명을 받은 ‘금융감독 개혁 촉구 성명’에서 “금융감독은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공적 민간기구가 금융감독의 원칙에 입각해 중립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금융감독의 유효성을 확보하면서도 금융감독 기구의 권한 남용을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감독 소프트웨어의 정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선 이후 금융감독 체계 개편안이 차질 없이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곧바로 지방선거 국면에 돌입하기 때문에 정부조직 개편 동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대선 이후 꾸려지는 인수위에서 한번 개편안이 걸러질 가능성도 있다”며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가 안팎으로 갑론을박에 부닥칠 수 있는 조직 개편안을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