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 확대의 그늘… 팬데믹 이후 월 80만원 미만 급증

입력 2022-02-17 04:07

코로나19 발생 이후 월 80만원도 못 버는 근로자 비중이 갑작스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까지만 해도 최저임금 인상 영향 등으로 감소세였던 추세가 반전됐다. 저임금을 받는 단기 일자리인 노인 일자리 확대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숙박·음식업에서 전일제 대신 임시·일용직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난 점도 월 소득 80만원 미만 근로자 증가의 한 원인으로 꼽혔다.

1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고용 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월 임금이 200만원 미만인 근로자 비중은 매년 감소 추세다. 2018년만 해도 24.7%였던 월 임금 200만원 미만 근로자 비중은 가장 최근 통계인 2020년 기준 18.5%까지 줄어들었다. 매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근로자들의 소득이 증가한 영향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월 80만원 미만을 버는 근로자만큼은 이 추세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발생을 기점으로 비중이 되레 늘기 시작했다. 2018년(1.9%)과 2019년(1.7%)에 2%에도 못 미쳤던 비중은 2020년 기준 2.1%로 전년 대비 0.4% 포인트 증가했다. 근로자 수로 보면 22만8832명으로 전년(17만9480명)보다 4만9352명이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추세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일자리가 주로 노인층에 집중되면서 저소득 근로자를 양산했다는 지적이다. 고령화 친화 기업 등 민간형 노인 일자리에 취업한 노인들이 받은 평균 임금은 2020년 기준 월 32만9000원으로 파악됐다. 정부 관계자는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 중 일부는 사업체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은 숙박·음식업 역시 추세 반전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숙박·음식업계의 채용 행태가 변화했다. 전일제로 고용하던 직원들을 사람들이 붐비는 특정 일자나 시간대에 파트타임으로 고용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근로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월 임금도 감소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숙박·음식업 외에 보건복지업에서도 월 80만원 미만 근로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고임금 근로자들은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구간별로 봤을 때 월 임금 600만원 이상 근로자 비중은 2020년 기준 14.0%로 전년(13.7%) 대비 0.3% 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