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두뇌 경쟁’ 본격화… SK하이닉스 PIM 개발

입력 2022-02-17 04:02

메모리 반도체도 직접 연산이 가능한 ‘두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접목한 메모리 반도체가 기존 메모리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연산 기능을 갖춘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PIM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PIM은 메모리 내부에 연산 작업에 필요한 프로세서 기능을 더한 차세대 신개념 융합기술이다.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결합한 지능형반도체로도 불린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는 저장 역할만 하고 연산은 중앙처리장치(CPU)에서 하는데, 처리할 데이터가 점점 커지면서 속도가 느려지는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PIM은 메모리 반도체 내에서 직접 연산을 해 속도를 개선한다.

PIM은 지난해 2월 삼성전자가 처음 공개했으며, SK하이닉스가 두 번째로 선보이는 것이다. 마이크론 등 메모리 후발 주자들도 PIM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이달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반도체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회인 ‘2022 ISSCC’에서 PIM 개발 성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향후 이 기술이 진화하면 스마트폰 등 ICT 기기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메모리 센트릭(Memory Centric) 컴퓨팅’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PIM이 적용된 첫 제품으로 GDDR6-AiM(사진)샘플을 개발했다. 초당 16기가비트(Gbps)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GDDR6 메모리에 연산 기능이 더해진 제품이다. 일반 D램 대신 이 제품을 CPU/GPU와 함께 탑재하면 특정 연산의 속도는 최대 16배까지 빨라진다. 특히, 이 제품은 GDDR6의 기존 동작 전압인 1.35V보다 낮은 1.25V에서 구동된다. 또, 자체 연산을 하는 PIM이 CPU/GPU로의 데이터 이동을 줄여 기존 제품 대비 에너지 소모가 80% 가량 줄어든다.

SK하이닉스는 최근 SK텔레콤에서 분사한 AI 반도체 기업인 사피온(SAPEON)과 협력해 GDDR6-AiM과 AI 반도체를 결합한 기술도 선보일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그래픽카드 등에 사용되는 고대역 메모리를 적용한 HBM-PIM, 8월 D램 모듈에 AI엔진을 탑재한 AXDIMM, 모바일 D램과 PIM을 결합한 LPDDR5-PIM 등을 선보이며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PIM 상용화 되려면 호환성 확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호환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업계 전반에서 PIM을 표준 기술로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상용화 시점은 현재로선 특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성능과 에너지 절감에 유리하다고 하지만 아직은 검증이 필요한 면이 있다”면서 “D램 시장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PIM을 적극적으로 나서는 만큼 빠르게 자리를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