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원로들 “부정의 정치는 퇴행… 미래 열 긍정의 정치 선택을”

입력 2022-02-17 03:00
김상근(앞줄 왼쪽 네 번째) 전 KBS 이사장 등 한국교회 원로들이 16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에 앞서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부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선거 캠프의 볼썽사나운 네거티브 난타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권을 향한 기독교계의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교계에서는 상호 비방 속에 민주주의가 퇴행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와 함께 사회 변혁의 책임을 감당할 후보, 기독교적 가치관을 확산할 후보를 선출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교계 원로들은 1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의 퇴행을 우려할 정도로 심각해지는 정치 현실을 꼬집었다. 서명에 참여한 원로는 44명으로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상근 전 KBS 이사장, 노정선 전 연세대 교수, 성명옥 전 대한예수교장로회 여교역자협의회 총무, 안재웅 한국YMCA전국연맹 재단이사장, 윤경로 한성대 명예교수,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호소문에서 원로들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증오와 갈등,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부정의 정치가 아니라 타자를 배려하고 수용하는 긍정의 정치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보복과 반대, 미움과 부정의 논리, 힘으로 평화를 만들자는 선동적 구호와 욕망을 충족하려는 일방적 성장주의로는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권자들은 어떤 정치 세력이 과거의 낡은 기득권 카르텔을 해체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지 판단하는 맑은 눈을 가져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사회 대변혁의 책임을 감당할 능력 있는 지도자를 세우는 과제가 이번 대선의 시대 정신”이라고 정의했다.

한국교회 90%가 가입돼 있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대표회장 류영모 목사)도 15일 기독교적 가치관에 부합한 후보를 선택하자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는 “한국교회는 선교 초기부터 임시정부 수립, 대한민국 건국, 민주화 운동 등에 헌신하면서 복음적 가치에 기반을 둔 국가를 위해 기도해 왔다”며 “이번 대선에서도 창조 질서에 따라 모든 인간의 존엄과 공정, 상호 이해와 협력, 이웃과 함께하는 공동체로서의 대한민국을 추구하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임기를 마칠 때 ‘국민을 통합한 대통령’ ‘통일의 길을 열어 놓은 대통령’ ‘미래를 위해 지속 가능한 조국을 이끈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으며 박수받을 수 있는 주인공을 선택하자”고 권했다.

교회의 무분별한 지지도 경계했다. 한교총은 “교회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교인 각자의 신앙 양심에 따른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윤희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총장도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14회 크리스천리더스포럼 설교에서 우리나라 정치 현실의 병폐를 지적했다. 김 총장은 “정치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언어들이 마치 면도칼처럼 상대를 쑤셔대고 있어 아이들에게 도무지 보여줄 수 없을 지경”이라며 “그런 수준의 언어나 인품의 문제를 기독교의 복음으로 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창일 박용미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