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조업에 1년치 ‘싹쓸이’… 분통 터지는 추자도 어민들

입력 2022-02-17 04:06
지난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판매된 삼치 2만3000상자(15만 마리). 단일 어선이 조업한 역대 최대 삼치 조업량으로 추자도 근해에서 잡았다. 부산공동어시장 제공

“다른 지역 사람들은 40~50t짜리 배를 타고 그물로 고기를 싹 잡아 올려요. 하루 조업량이 추자도 어민들 1년 어획량이랑 맞먹을 정도니 견딜 재간이 있겠어요?”

최근 제주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타 지역 대형선망어선 조업이 급증하면서 추자지역 어민들이 속을 끓이고 있다. 추자도 어민들은 10월에서 이듬해 1월까지 참돔이나 방어, 삼치 등을 낚아 1년을 생활하는데 이 기간 타 지역 어선이 추자 근해로 들어와 가장 시세가 좋은 어종을 대량으로 포획해가기 때문이다.

16일 제주도와 추자도어선주협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공동어시장에선 한 대형선망어선이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잡은 삼치 15만마리(2만3000상자)를 판매했다. 단일 선단이 조업한 역대 최대 규모로 위판금액만 20억원이 넘었다. 추자도 전체 어민의 1년 어획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부산공동어시장 새벽 경매에서도 제주산 참돔 2만5000마리가 위판됐다. 이 역시 추자 해상에서 어획한 것으로 위판액은 1억5000만원에 달했다. 추자도로 들어오는 육지선적 어선들은 대량 어획이 가능한 안강망 그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조기나 갈치 등 회유성 어류뿐만 아니라 삼치와 같은 정착성 어종까지 싹쓸이해 어족자원 고갈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보다 규모를 줄인 배에 더 많은 그물을 사용하는 개량안강망 어선이 늘면서 작업 구역이 추자도 연안에 한층 가까워졌다.

추자 해역에서 타 지역 어선 조업이 가능한 것은 수산자원관리법에 규정된 제주도 주변 조업금지구역에서 추자도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추자는 우도 등과 달리 제주 본섬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다.

어민들의 원성이 커지자 제주도는 지난 달 해양수산부에 실태를 전하고 추자도 주변 조업금지구역 확대를 요청했다. 황상일 추자도어선주협의회장은 16일 “파도가 센 날이면 우리는 배가 뒤집힐까 나가지 못 하고 섬에 앉아 이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만 있다”며 “박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제주=문정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