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뜨거운 감자인 주4일제가 벨기에에서 현실이 됐다. 정규 근무시간 이후에 상사의 전화나 메시지에 답하지 않아도 되는 ‘단절권’도 보장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15일(현지시간) 벨기에 정부가 근로자의 필요에 따라 주4일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노동법 개정안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벨기에의 근무시간은 원칙적으로 주38시간으로 최장 하루 8시간을 넘을 수 없다. 그러나 새 규정에 따라 근로자들은 주5일 대신 하루에 근무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 4일 근무를 할 수 있다. 하루 최대 근무시간은 9.5시간이며, 노사 합의가 있다면 최대 10시간까지 가능하다. 근로자들은 한 주는 더 일하고 그다음 한 주는 적게 일하는 방식도 선택할 수 있다.
근무시간 변경은 근로자의 요청으로 가능하다. 고용인은 이를 거절할 수 있지만 명확한 거부 사유를 문서로 제시해야 한다. 임금도 삭감해선 안 된다.
20명 이상 기업의 근로자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를 보장받는다. 근로자들은 정규 근무시간 외에 상사의 전화나 이메일에 답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이는 회사와 노동조합 간 단체협약으로 합의해야 한다. 현재 이 규정은 연방정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 확산을 겪으면서 노동시장이 변화했다”면서 “사람들이 더 탄력적으로 일하고 사생활과 직장생활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에르 이브 데르마뉴 벨기에 부총리 겸 노동장관은 “이 개정안은 자녀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4일제를 도입하려는 각국의 시도는 점차 늘고 있다. 스페인은 지난해 200~400개 기업 3000~6000명 근로자에게 임금 삭감 없는 주4일 근무제를 시범 도입했다. 스코틀랜드도 내년부터 6개월간 주4일제 실험을 시작한다. 아이슬란드는 이미 2015년부터 주4일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해 현재 국민의 약 90%가 주35~36시간만 일하고 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