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김원웅 광복회장의 퇴장

입력 2022-02-17 04:10

광복회장이 가장 주목받는 행사는 정부가 주관하는 삼일절 기념식이다. 기념식에서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하는 사람이 광복회장이다. 원래 기미독립선언서 낭독은 민족대표 33인의 몫이었다. 33인 대표 마지막 생존자인 이갑성 애국지사가 1981년 타계하자, 이후부터 광복회장이 낭독해왔다. 이갑성 애국지사가 1대 광복회장이었다. 광복회는 1965년 순국선열과 독립유공자의 뜻을 받들겠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한 애국지사와 연금을 받는 유족 및 후손들이 회원이다. 후손들은 2~3대까지 인정된다.

좋은 뜻과 훌륭한 회원을 보유했지만, 광복회장 자리는 구설수가 많았다. 1998년 가을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여야 의원 간 난투극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이 “김대중 대통령의 사돈이 광복회장을 맡으려고 한다”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몇달 뒤 윤경빈 애국지사(1919~2018)가 14대 광복회장에 선출됐다. 윤 선생은 ‘마지막 광복군’으로 불리던 애국지사로 자격은 충분했다. 다만 김 전 대통령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의 장인인 게 논란이었다. 2011년에도 일부 회원들이 광복회장 선거 과정에 향응 제공이 있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소송전까지 벌어졌다. 잡음만 있었던 건 아니다. 18대 광복회장을 지낸 애국지사 김영일 선생(1925~2011)은 재임 당시 설렁탕 등 주로 5000원짜리 이하 점심을 먹었다고 한다. “한 푼이라도 아껴 광복회원들을 위해 써야 한다”는 이유였다.

현재 광복회 회원은 생존 애국지사 20여명을 포함해 8281명으로 대부분 고령이다. 애국지사의 손자·손녀도 일흔이 넘은 분이 많다. 단체의 자연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단계다. 단체는 존립을 걱정해야 할 상황인데, 21대 김원웅 회장은 수익금 횡령 의혹으로 사퇴했다. 광복회는 정관 제9조에서 일체의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취임부터 여러 정치편향 논란을 일으켰던 김 회장이 정치 활동 금지 조항 위반이 아니라 횡령 의혹으로 사퇴한 것도 기묘한 일이다.

남도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