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이 영 불편하다. 축제여야 할 올림픽의 본래 취지와 정신이 편파 판정으로 크게 훼손되고 반감과 분노로 번지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신속하고(fast) 공정하고(fair) 즐기는(fun), 이른바 3F에 높은 가치를 두는 MZ세대 사이에서 이번 편파는 더 큰 파장을 일으킨다.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하는 환경에서 성장하고 그 어떤 때보다 공정 가치에 민감한 우리 젊은 세대가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20대의 중국 호감도는 10점 만점에 1.78점, 30대는 1.93점으로 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올림픽은 상징성이 있다.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세계 최초의 도시다. 아마도 두 올림픽을 모두 개최하는 마지막 도시일 듯하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2008년 하계올림픽에서 가졌던 꿈을 완성하려는 또 다른 원대한 꿈을 꾸었을 것이다. 이른바 중국몽(中國夢)의 완결판을 그렸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게 엉클어지기 시작했다. 서방 세계에서 쏟아내는 인권과 자유에 대한 비판과 코로나19 변수를 넘어서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2008년과 2022년의 베이징올림픽을 교차시켜 본다. 하계와 동계올림픽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언뜻 보기에도 너무 다르다. 올림픽 분위기, 주최국 중국의 태도, 베이징에 대한 전 세계의 기대 등 모든 면에서 큰 차이가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올림픽을 준비하며 세계를 안고 세계의 품에 들어가려는 중국의 마음이 그대로 세계인에게 전달됐다. 당시 중국이 겪은 엄청난 재난에 대해 세계인은 연민을 공유하기도 했다. 멋진 올림픽 구조물과 새로운 건축, 도시의 생동하는 에너지, 외국에 대한 개방적 태도는 당시의 찌는 듯한 무더위를 상쇄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공감하는 감동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모든 것은 다시 재현되지 않는 박제된 과거의 일로만 남겨져 있다.
올림픽은 보편적 가치를 추구한다. 최고의 기량으로 공정한 규칙에 따라 선의의 경쟁을 하며, 그 안에서 모두가 즐기는 것이 올림픽의 보편적 가치다. 이건 MZ세대의 3F 속성과 흡사하다. 이번 2022년 베이징올림픽은 올림픽의 보편적 가치를 찾아보기 매우 어렵게 만든다. 이미 내부적으로는 정치화된 올림픽으로 경도돼 있었다. 단적인 예로 지난달 있었던 중국 선수단 출정식에서 내건 구호는 “영수에게 보답하기 위해 목숨을 걸자. 일등을 다투고 패배는 인정하지 않는다. 총서기와 함께 미래로 가자”는 것이었다. 편파 판정과 같이 이번 올림픽이 무리하게 진행되는 까닭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자국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제 스포츠 행사인 올림픽을 이용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엿보인다. 2008년이 미래지향적 중국이었다면, 2022년은 전혀 다른 모습의 중국이다. 전혀 다른 모습이 좀처럼 바뀔 것 같지 않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을 보며 우리는 어떤 국가가 될 것인가의 질문을 다시 끄집어본다. 한국이 중국을 넘어서는 방법은 무엇인지 더 적극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해법은 소프트 파워(soft power)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소프트 파워란 강대국의 일반 조건인 군사력과 경제력을 의미하는 하드 파워와는 대조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다른 사람도 원하게 만드는 힘이다. 문화력으로 통칭되기도 하는 소프트 파워는 유연한 문화, 관용의 가치가 핵심이다. 하드 파워가 강제를 통해 힘을 얻는다면 소프트 파워는 매력을 공유하며 힘을 얻는다. 강제와 달리 매력은 같음과 다름의 묘미에 기댄다. 다름을 존중하고 같음을 모색함이 소프트 파워의 핵심이다.
이런 맥락에서 비즈니스, 문화, 디자인에 이르는 전반적 이슈를 다루는 세계적 잡지로 평가되는 ‘모노클’이 작년 초 한국을 독일에 이은 세계 2위의 소프트 파워 강국으로 선정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문화 엔터테인먼트와 혁신에 있어 새로운 기준을 정립할 만큼 비약적 성장을 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한국이 매력적임을 보여주는 지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다양성의 가치를 비롯한 관용과 공감의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여전히 많다. 베이징올림픽을 보며 한국의 미래 모습으로 세계가 닮고 싶어 하는 매력국가를 설정한다.
박길성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