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송 부문 탄소중립 패러독스

입력 2022-02-17 04:02

과도한 탄소 배출로 초래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나라들이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11번째로 배출량이 많은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에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2030년 감축 목표를 발표했다. 정점인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수송 부문은 에너지 부문, 산업 부문 다음으로 많은 13.5%의 탄소를 배출했다. 수송 부문 중에서는 도로에서의 배출량이 96.5%다. 도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2030년까지 전기차 362만대와 수소차 88만대를 보급하기로 했다. 또한 승용차 통행량을 15% 줄이고, 도로 화물 운송을 철도로 전환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수송 부문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몇 가지 쟁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친환경차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차가 충분히 생산돼야 한다. 그러나 업계는 국내에서 2030년까지 최대 300만대 정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부족분을 전량 수입하지 않으려면 생산 능력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친환경차가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목표대로 보급될 경우 2030년 전기차의 전기 사용량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전망치의 10.3%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에너지 부문의 탄소중립이 선행돼야 전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친환경차 보급으로 내연자동차가 대체되는 것보다 더 많은 자동차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승용차는 전체 차량에 비해 더 빠르게 늘어나고 대중교통 분담률은 낮아지고 있다. 새로 개발되는 전기차는 자율주행 등 편의성과 안전성이 크게 향상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대중교통 수요도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에서는 10여년간 전기차가 2만5000대 늘어나는 동안 내연차는 12만대나 증가해 탄소 배출이 더 늘었다고 한다. 친환경차 전환과 수요 관리에 의한 탄소 배출 감축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은 2025년까지 지급할 계획인데, 기존 내연차를 대체하는 경우에는 지원 폭을 늘리고 추가 등록하는 경우에는 지원금을 축소하는 등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대선 공약으로 제시되고 있는 수도권의 대규모 철도사업은 수도권 집중과 혼잡을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탄소중립에도 역행할 우려가 있다. 대중교통 서비스가 부족한 지방 도시에서는 대중교통 활성화를 통한 배출량 감축이 매우 어렵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대중교통이 열악한 지방에 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노후 경유 화물차의 전환도 중요하다. 친환경과 배치되는 경유차 유가 보조금은 점차 줄이면서 친환경차 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친환경차와 대중교통, 철도 등으로의 전환에 필요한 관련 기술의 혁신과 재정 지원도 중요하다. 수송 부문의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정책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계획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다.

예충열 한국교통연구원 탄소중립연구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