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尹겨냥 “검찰이 신천지 방치… 난 본진 쳐들어갔다”

입력 2022-02-16 04:0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대전 으능정이거리에서 대전지역 청년들과 함께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이 후보는 “제 아내 고향 충청도에 사드(THAAD)와 같이 흉악한 것 말고, 보일러를 넣어드리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사드 충청도 배치’ 발언을 겨냥한 발언이다. 대전=최종학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관련된 ‘신천지 압수수색 거부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당시 무속인 말을 듣고 코로나19 방역 관련 신천지 압수수색을 거부했다는 의혹이다.

이날 부산에서 대구, 대전, 서울로 이어지는 ‘경부선 상행’ 유세를 펼친 이 후보는 유세마다 신천지 압수수색 거부 의혹을 거론하며 윤 후보를 공격했다.

이 후보는 첫 유세지인 부산 부전역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됐을 때 검찰이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신천지의 방역 방해를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때 저 이재명은 도지사가 가진 손톱만한 권한을 최대치로 행사해서 신천지 명부를 조사하고 시설을 폐쇄하고 교주의 진단검사를 강제했다”고 강조했다.

2년 전 신천지 본부를 급습했던 일을 경기지사 시절 성과로 내세우며 자신의 행정 능력을 부각시킨 것이다. 윤 후보의 ‘무속 논란’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도 담겼다.

이 후보는 대구·대전·서울로 올라가면서 신천지 관련 발언 수위를 더욱 끌어올렸다. 대구 동성로에서는 “제가 신천지 본진에 쳐들어갔다”며 “교주 이만희의 아방궁까지 제가 직접 가서 검사를 강제했다. 유능하지 않나”고 외쳤다.

대전 으능정이거리에선 “대구에서 신천지가 감염을 확대시킬 때 누군가는 압수수색을 거부하며 방역을 방해하고 사적 이익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신천지 신도들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꺼내 든 것이다.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선 “저는 개인적 피해를 감수하고 신천지와 맞짱을 떴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의 미래를 판단하기 위해선 점을 치는 게 아니라 과거의 실적을 봐야 한다”고 윤 후보를 겨냥했다.

이 후보는 중도·부동층을 겨냥해 유세 내내 ‘국민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메시지도 강조했다.

부산 부전역에선 “앞으로 진영을 가리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겠다”며 “좋은 정책이라면 연원을 따지지 않고 홍준표 정책이라도, 박정희 정책이라도 다 가져다 쓰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또 “내 편이면 어떻고 네 편이면 어떠냐. 전라도 출신이면 어떻고 경상도 출신이면 어떠냐. 왼쪽이면 어떻고 오른쪽이면 어떠냐. 박정희면 어떻고 김대중이면 어떠냐”며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면 뭐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주의와 관련해선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를 넘어서 영호남을 하나로 묶어 싱가포르와 같은 새 수도권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이날 민주당 선거운동용 파란색 점퍼 대신 짙은 색 양복과 코트 차림으로 유세차에 올랐다. 이것 역시 민주당 정체성보다 통합의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다.

이 후보는 대전 으능정이거리에선 윤 후보의 선거 전략을 ‘극우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면서 “증오와 분열을 부추기고 편을 갈라 정치적 이익을 획득하는 극우 포퓰리즘을 추종하지 않고 통합된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선 윤 후보의 ‘문재인정권 적폐 수사’ 발언을 비판했다. 이 후보는 “특정 정치세력의 권력욕을 위해 누군가에 대한 보복을 가능하게 하는 게 필요한가”라며 “(그보다) 우리 자녀들을 위한 더 행복한 미래가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부산·대구=정현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