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단숨에 9만명 안팎까지 급증했다. 중환자·사망자 증가세도 본격화하는 양상인데, 정부는 연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시사하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선 정부가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도박을 하려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5일 “중증·사망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용과 효과를 고려할 때 방역패스가 거리두기보다 좀 더 유지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거리두기 비용은 전 국민이 치르지만 방역패스 불편은 18세 이상의 4%에 불과한 미접종자에게만 미친다는 취지다.
다음 주부터 적용되는 새 거리두기 수위가 현행보다 완화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확정 및 발표는 오는 18일로 예정돼 있지만 이미 ‘사적모임 8인, 영업시간 오후 10시’라는 세부안까지 거론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서민 경제) 숨통을 트면서도 오미크론 확산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지 않는 방안 사이에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관건은 어떤 방역 조치를 얼마나 풀 것이냐에 있다. 광범위한 ‘3T’(검사·추적·치료) 전략은 사실상 폐기 상태다. 완화 여지가 있는 조치로는 크게 인원·시간 제한과 전자출입명부 등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방역을 완화하는 자체가 도박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존 방역을 유지해도 이달 말 하루 확진자가 13만~17만명에 이르고, 위중증 환자도 1000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도 정점이 꺾여갈 때 완화 논의를 시작했다. 피크에 도달하지 않았는데 완화하는 데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정부가 마련한 중환자 의료체계에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0시 기준 위중증 환자는 314명이었다. 사망자는 전날보다 3배가량 늘어난 61명이 보고됐다. 엿새 연속 5만명대를 나타냈던 신규 확진자는 이날 오후 9시 기준으로 이미 8만5114명을 기록했다. 하루 전 같은 시간대보다 2만8000여명 폭증한 수다. 자정까지 집계되면 9만명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이번 주 중 10만명 돌파도 확실시 된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