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인수합병(M&A)이 올해도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M&A를 통한 몸집불리기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1위 탈환을 노리는 인텔은 이스라엘 반도체 업체 ‘타워 세미콘턱터’를 54억 달러(약 6조4700억원)에 인수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업체는 자동차, 의료, 산업장비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다. 이스라엘, 미국, 일본 등에 제조 시설을 두고 있다. 이번 인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약진하고자 하는 인텔의 야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해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은 애리조나, 오하이오 등에 자체 생산 시설을 확장하는 한편 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3위권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도 추진했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타워 세미콘덕터의 기술력, 지리적 접근성 등은 파운드리 서비스를 확장하려는 인텔의 목표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지난해 반도체 1위를 탈환한 삼성전자의 움직임에 눈길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년 내에 의미 있는 M&A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초 CES 2022에서 삼성전자 대표이사 한종희 부회장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상을 많이 보고 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 같다”며 가시적인 결과가 임박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열세인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 반도체 관련 분야에서 M&A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두업체를 따라잡으려면 자체 역량을 키우는 것보다, M&A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빠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하만은 지난 10일 독일 증강현실(AR) 헤드업 디스플레이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아포스테라’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아포스테라의 솔루션은 하만 디지털 콕핏(디지털화된 자동차 운전 공간) 제품에 적용돼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인수가 삼성전자 M&A를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불발되는 등 M&A를 견제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도 M&A를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