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정신의료기관과 대안학교를 함께 운영하는 A사단법인 대표에게 인권침해 행위를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법인이 운영하는 시설은 입원 중인 청소년이 뒷담화를 했다는 이유 등으로 격리 조치하고, 사전 안내 없이 CCTV를 설치해 감시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청소년 대상 정신의료기관 중 이렇게 심각한 인권침해는 인권위 설립 이후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해 4월 인권위에는 한 정신의료기관이 입원 중인 청소년 환자 19명과 직원 17명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는 진정이 접수됐다. 이 기관에는 조울증·우울증·주의력장애 등을 앓고 있는 14~19세 청소년이 입원해 있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대안교육 위탁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후 나머지 시간을 이 기관에 입원해 치료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인권위가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이 기관은 내부 규칙을 어긴 청소년 환자를 격리실에 입실시켜 온 것으로 나타났다. 뒷담화를 비롯해 거짓말, 반말, 예의 없는 태도, 연락처 교환, 신체접촉 등을 ‘문제 행동’으로 규정하고, 규칙을 어기면 격리 조치했다.
일부 청소년에게는 ‘치료진에게 두 손 모아 인사하기’ ‘흥분한 목소리·고성 지르지 않기’ ‘크게 노래 부르거나 춤추지 않기’ 등 별도 행동규칙도 적용했다.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4시간 동안 격리실에 가뒀다고 한다. 인권위는 “환자들은 하루 평균 4~5개의 행동 제한을 당했고, 자해·타해 위험이 없는데도 부당하게 격리됐다”며 “격리된 환자는 반성문을 작성해야만 격리에서 해제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사전 고지 없이 32개가량의 CCTV를 병실과 교실 등 곳곳에 설치한 것도 사생활과 행동자유권 침해라고 봤다. 신입 환자들은 입원 후 2주간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되기도 했다. 인권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전국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을, 관할 교육감에게는 대안교육 위탁기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 및 인권침해 사례 재발 방지를 권고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