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접종하나요? 부작용 어떡해” 대상자들 한숨

입력 2022-02-16 00:02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이 시작된 후 요양병원·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면역저하자 등을 중심으로 ‘백신을 언제까지, 몇 번이나 맞아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추가 접종으로 중증·사망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정부 설명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을 우려해 추가 접종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 고양의 한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다 그만두고 재취업을 준비 중인 이모씨는 지난 14일 정부의 4차 접종 계획을 접한 후 생각이 복잡해졌다. 방역당국은 당일 18세 이상 요양병원·시설 입소자와 종사자에게 다음 달 첫째 주부터 4차 접종을 한다고 밝혔다. 3차 접종을 마친 50만명이 대상이다. 면역저하자 130만명에 대해선 바로 4차 접종이 시작됐다.

이씨는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동료들끼리 ‘4차 접종을 하면 5차 접종도 곧 할 것이고, 그러다 무한대로 백신을 맞을 것 같다’는 얘기를 자주 나눈다”며 “고령 환자들의 건강을 위해 접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언제까지 맞아야 하는지도 불확실하고, 답답함이 크다”고 말했다.

더욱이 그는 앞선 접종에서 부작용을 겪었던 터라 4차 접종이 더욱 조심스럽다고 했다. 1·2차 아스트라제네카, 3차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뒤 생리 불순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씨는 추가 접종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로 당분간 요양병원 재취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요양병원·시설에 근무 중인 이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4차 접종을 앞둔 요양보호사 전모씨는 “백신을 맞지 않으면 근무 자체를 할 수 없도록 만들어서 접종 여부에 따라 생계가 갈리는 상황”이라며 “주변에서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도 근무를 위해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백신 맞는 걸 보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환자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기도 파주의 한 요양병원 부원장은 “4차 접종으로 코로나가 예방될 수 있다면 정부 방침대로 백신을 맞도록 유도할 것”이라면서도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나 항암 치료 중에 면역력이 상당히 떨어진 분들이 대다수 입원 중인데, 접종을 유도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항암치료 중인 암 환자 등 면역저하자들도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한다. 한 유방암 환자는 “3차 접종 뒤 혈압 저하와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생겼고, 두 달 가까이 구토가 지속돼 죽는 줄 알았다”며 “4차는 절대 안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면역저하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변이가 새로 나올 때마다 백신만 자꾸 맞을 것 같아 두렵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방역당국은 일단 5차 이후 접종에는 선을 긋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4일 브리핑에서 “오미크론 대유행이 지난 이후의 방역 상황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유행 상황이 어떻게 될지, 신규 변이는 출현하지 않을지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지금은 5차 접종까지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장군 이형민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