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통령, 침공 예상일 16일 ‘국민 단결의 날’ 선언

입력 2022-02-16 04:07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예상일로 거론되는 16일(현지시간)을 ‘국민 단결의 날’로 선언했다. 그는 러시아의 최우선 저지 목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계속 추진하겠다면서도 재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대국민 영상 연설에서 “그들은 우리에게 2월 16일이 공격의 날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며 “우리는 (그날을) 단결의 날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들은 군사행동 개시 날짜를 다시 지정해 우리를 놀라게 하려 한다”며 “그날 우리는 국기를 게양하고 (국기 색깔인) 노란색과 파란색 띠를 달고 우리의 단결을 전 세계에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16일 우크라이나 전역에 국기를 게양하고 전 국민이 오전 10시에 국가를 부르도록 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실제로 러시아가 16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인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침공 가능성이 서방 동맹국들에 의해 과장됐다고 오랫동안 말해왔다”고 설명했다. 그의 측근들은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이 16일을 침공일로 못 박은 언론의 추측을 비꼬듯 아이러니하게 말한 것일 뿐 문자 그대로가 아니라고 미국 NBC뉴스와 CNN에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수도 키예프를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에게 나토의 열린 문은 우리가 가고 있는 이야기이자 꿈”이라면서도 “그러나 언제 거기에 도착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나토 가입을 성급하게 밀어붙이지는 않겠다는 뉘앙스가 조심스럽게 담겨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나토로 가는 여정이 더 길어질 수 있으며 이것이 러시아와의 타협의 기초로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헌법에 명시돼 있는 나토 가입 의사를 강조했지만 가입을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