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식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품목은 커피다. 커피(외식) 가격은 2020년 초부터 2년간 줄곧 0%대 혹은 마이너스(-) 증감률을 보여왔다. 지난해 12월 외식 물가 상승률이 4.8%로 10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도 조사 대상 39개 품목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외식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도 ‘철옹성’같이 제자리를 지켰던 커피 가격이 흔들린 것은 지난달부터다. 통계청의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커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6% 상승했다. 커피 물가 인상폭은 올해 내내 일정 수준 유지되거나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번 오른 커피 가격은 계속 유지될 뿐 아니라 추가 가격 인상 가능성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커피 가격 상승 원인으로는 국제 커피 생두·원두 가격 급등세가 꼽힌다. 15일 런던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초 파운드 당 121.10센트였던 국제 원두가격은 이달 258.35센트로 2배 이상 치솟았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의 자연재해, 코로나19로 인한 컨테이너 부족과 물류비 상승 등 공급망 이슈가 불거지면서 가격이 급등했다는 분석이다. 고급 원두인 아라비아 커피 재고는 22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앞으로도 기후 변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공급 발 우려가 해소되지 못하면서 커피 가격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몇몇 업체들의 선제적인 가격 인상 조치를 본격적인 커피값 인상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할리스, 투썸플레이스, 탐앤탐스, 커피빈 등 대형 프랜차이즈 경쟁사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한 상황이다.
흥미로운 것은 원두 가격과 상관없는 ‘기타 음료’ 가격도 덩달아 함께 오르고 있는 점이다. 기타 음료에는 차, 에이드, 과일주스 등이 포함된다. 기타 음료는 2015년 8월부터 줄곧 0%대 혹은 마이너스 물가 증감률을 보여왔을 만큼 커피보다도 낮은 물가 상승률을 유지했는데,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1.7% 올랐다. 통계청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과 운영비가 오르면서 전반적으로 함께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 커피 소비는 꾸준히 늘고 있다. ‘개인서비스’ 중 외식 품목에서 커피의 가중치도 2015년 기준 4.8에서 2017년 기준 6.9, 2020년 기준 7.2로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커피업계에서는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격 상승을 자제해오다가 업계 1위 스타벅스가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이 계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 원두 가격뿐 아니라 빨대·플라스틱 컵 가격, 인건비까지 관련 비용이 꾸준히 상승하긴 했지만, 업계 내 경쟁 때문에 쉽게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커피 시장은 대기업과 자영업자가 앞다퉈 뛰어들면서 이른바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다. 전국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만 해도 2019년 1만8350곳에서 2020년 2만1360곳으로 16% 늘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