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이날 양국 정상 간 통화가 끝난 뒤 보도자료를 통해 “러시아의 지속적인 군사력 증강에 대응해 진행 중인 외교 및 억지 노력을 검토하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존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영국 총리실도 “양국 정상은 서방 동맹이 러시아 침공 시 대규모 제재를 가하는 것을 포함해 러시아의 위협에 직면해 단합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군사 행동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사전 경고 없이 움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도 스카이뉴스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여전히 매우 큰 상태로, (사태가) 당장이라도 발생할 수 있다”며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들어가면 수도 키예프까지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운영했던 대사관도 임시 폐쇄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러시아군 증강이 급격히 가속해 키예프 주재 대사관 업무를 (서부지역) 르비브로 임시 이전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모든 미국 시민은 즉시 떠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치조프 유럽연합(EU) 주재 러시아대사가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지역인 ‘돈바스’ 등지에서 자국민이 피살되면 군사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위한 구실을 만들기 위해 위장작전을 펼쳐 자국민이 피해를 보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대응 경고를 내놓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돈바스 지역에선 위장작전을 위해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계된 용병의 활동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돈바스 지역 친러 반군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자신들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전운이 고조되면서 서방 동맹 간 협의도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블링컨 장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각각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비욘 자이베르트 EU 집행위원장 비서실장과 통화하며 대책을 논의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15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지도자들과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