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피날레’ 도전… 쇼트트랙, 오늘밤 후회 없이 달린다

입력 2022-02-16 04:02
남자 5000m 계주 결승을 하루 앞둔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이 15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체육관에서 주자 간 터치 연습을 하고 있다. 이날 여자 1500m 경기 훈련을 하는 대표팀 선수들(위쪽부터). 베이징=권현구 기자

결전을 하루 앞두고 훈련에 나선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22)의 표정은 차분했다. 경주 연습을 한 차례 마칠 때마다 팔짱을 끼거나 뒷짐을 진 채로 골똘히 상념에 잠겼다. 동료들이 훈련을 마친 뒤에는 홀로 전력 질주를 하며 트랙을 갈랐다. 스케이트 날이 얼음을 긁는 소리가 날카롭게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그는 4년 전 따냈던 여자 1500m 왕관을 지켜야 한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한국시간으로 16일 오후 8시30분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체육관에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1500m와 남자 5000m 계주 경기를 치른다. 평창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민정과 김지유(22) 이유빈(20)이 여자 1500m에, 이번 대회 남자 1500m 금메달을 따낸 황대헌(22)과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경기를 치를 노장 곽윤기(32), 이준서(21) 김동욱(29) 박장혁(23) 5명 중 4명이 남자 5000m 계주에 출전한다.

경기 전날인 15일 같은 장소에서 대표팀은 마지막 훈련을 했다. 여자 3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따낸 여자 선수들이 경기를 앞둔 남자 선수들의 상대가 돼줬다. 이후 여자 선수들은 개인 경주 연습을, 남자 선수들은 계주 연습에 따로 몰두했다. 자신 차례가 아닐 때는 서로 조언을 주고받는 등 훈련 분위기는 진지했다. 선수들은 훈련 시간을 함께 배정받은 캐나다 선수들과 번갈아 연습했다. 양국 선수가 서로의 훈련을 눈여겨보는 등 긴장이 느껴졌다.

최민정은 훈련 뒤 취재진과 만나 “(감정이) 좀 달랐다. 내일이면 제가 4년 준비한 것도 끝이 나기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내일 종목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다섯 종목 중 네 종목이 끝났으니 돌아보기도 하며 생각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최민정은 전날 여자 선수 훈련 일정이 없었음에도 홀로 개인훈련을 하는 등 열의를 불태웠다. 그는 “1500m는 장거리이고 마지막 종목인 만큼 체력이 떨어지지 않는 게 중요해 개인 보강훈련을 했다”고 했다.

최민정에게 이번 경기는 남다르다. 여자 1000m와 3000m 계주에서 이미 은메달을 땄지만 곧 치를 1500m는 본인의 주력 종목이다. 메달을 딴다면 5개로 전이경 박승희 이승훈 등 대표팀 선배들과 동계종목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을 나란히 한다. 그는 취재진 질문에 “(기록 가능성은) 몰랐다”며 놀란 뒤 “이번 대회에서 메달 자체가 제게 너무 소중하다는 걸 느꼈다”며 “1500m에서도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진심이다”라고 했다.

최민정과 황대헌이 훈련을 마친 뒤 기념 촬영하는 모습. 베이징=권현구 기자

최민정에 이어 취재진을 만난 황대헌 역시 담담했다. 그는 “성적보단 우리가 준비하고 고생한 걸 후회 없이 한마음 한뜻으로 펼치자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주를 앞둔 만큼 선수들은 선수촌에서도 붙어 다니며 경기 얘기에 몰두한다. 그는 “어떤 선수는 이런 게 장점, 저런 게 단점이라는 등 경기 얘기를 주로 한다”며 “개인전에 비해 그런 얘기를 하느라 자는 시간이 조금 늦어지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2관왕 가능성이 남은 유일한 한국 선수다. 황대헌은 “그런 욕심보다는 우리 모두가 마지막에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말하던 중 감정이 북받친 듯 ‘울컥한다’며 잠시 멈춘 그는 “마지막에 다 모여 어깨동무를 했을 때, ‘아 나는 후회 없었어’ 이런 말을 나눌 수 있는 경기가 됐으면 한다. 그럼 성적은 따라온다”고 말했다.

베이징=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