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에서 또다시 성추행 논란이 벌어졌다. 그러나 진실은 여전히 미궁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B소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피해자 A씨는 성추행을 당했는 데도 무고·명예훼손의 피의자가 되는 ‘지옥’에서 지내고 있다고 괴로움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특히 B소령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는 신고 이후 3개월 만에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지만, A씨에 대한 무고·명예훼손 등 역고소 사건은 1년 반째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성추행 사실을 신고했던 A씨는 피의자 신분이 돼 오랜 기간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A씨가 같은 부대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피해자가 불구속 상태인 데다 기소가 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상적 생활을 하는 데 문제 되는 부분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15일 국민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성추행 사건은 2020년 7월 30일 경기도 이천의 군부대 인근 고깃집에서 벌어졌다. 육군 특수전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는 회식 자리에서 만취 상태가 됐다. A씨와 같은 부서였던 B소령이 식당 밖에서 강제로 A씨와 입을 맞추는 등 성추행을 가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2020년 8월 3일 성추행 사실을 부대 양성평등상담소에 신고했다. 군사경찰단은 강제추행 혐의로 조사에 나섰다. 이에 대해 B소령은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군검찰은 성추행 사건 신고 3개월만인 10월 30일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군검찰은 당시 취해있던 A씨의 기억이 뚜렷하지 않은 점, 식당 CCTV를 볼 때 A씨가 B소령의 팔을 잡고 대화하는 등 수치심을 느꼈다고 보기 힘들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A씨 측은 “B소령이 강제로 입 맞추려 할 때 놀란 A씨가 뿌리치며 도망쳤던 사실은 CCTV를 통해 확인되는 명징한 사실이고, 그 과정에서 멍이 들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A씨는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고등군사법원에 재정신청을 했으나 기각됐다. 이에 A씨 측은 대법원에 재항고 절차를 밟고 있다.
군당국도 할 말이 없지는 않다. 군 관계자는 “대법원의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무고·명예훼손에 대한 처리가 지연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A씨 측 이은의 변호사는 “CCTV 증거가 있기 때문에 군검찰이 성추행 사건과 별개로 무고 여부를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며 “신고자가 사실관계를 인지한 대로 신고했다면, 착각 혹은 착오가 있었더라도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례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사건 처리를 미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피해자가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체 어떤 여군이 앞으로 문제해결을 바라고 피해사실을 신고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A씨는 이 같은 상황에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A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계속 추궁받는다는 압박감이 들고, 마치 내가 죄인인 것 같은 감정에 시달린다”며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괴롭지만, 도망치고 싶지 않아 어떻게든 버티려고 한다”고 말했다.
B소령 측은 추행 사실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B소령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군검찰 등에서 무혐의가 나온 근거가 있지 않겠느냐”라며 “CCTV 등 증거들로 입증된 부분은 인정이 돼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