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 日공략 카드는 ‘형이 선발대, 아우로 승부수’

입력 2022-02-16 04:05
현대모빌리티재팬 관계자들이 지난 8일 일본 도쿄 오테마치 미쓰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기차 아이오닉5(왼쪽), 수소차 넥쏘를 소개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일본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현대자동차가 기수로 내세운 차량은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전기차 넥쏘다. 하지만 이 둘은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한 첨병일 뿐, 현대차가 생각하는 주력은 다른 차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형차가 많은 일본 시장 특성을 고려해 코나, 캐스퍼 등 소형 차종이 주력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15일 “현대차가 일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꾸린 태스크포스팀(TFT)이 생각하는 주력 차종은 아이오닉5가 아니다. 올해 아이오닉5로 일본 시장의 분위기를 살핀 뒤 본격적인 승부는 내년 이후 출시하는 다른 전기차로 한다는 게 현대차의 구상”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전반적으로 도로 폭이 좁다. 새 차를 구매할 때는 반드시 주차공간을 증명해야 하는 제도(차고지 증명제)가 있는데 대부분 차고지 크기가 작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한 해 등록되는 신차 10대 중 4대는 소형차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준중형 SUV 아이오닉5로는 일본 시장을 장악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오닉5의 전폭은 1890㎜로 일본의 일반적인 기계식 주차장 전폭(1850㎜)보다 넓다. 현대차가 2001년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가 판매 부진으로 2009년 12월 철수를 선언했을 당시에도 업계에선 그랜저, 쏘나타, 투싼 등 현지 사정에 맞지 않는 큰 차로 승부했던 걸 실패 요인으로 꼽는 시각이 많았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일본시장 진출 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많이 준비했다”고 강조했었다.


현대차가 일본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주력 차종은 소형 SUV 코나 일렉트릭이나 경형 SUV 캐스퍼 전동화 모델이 유력하다. 코나는 2017년 6월 1세대 모델이 출시됐고, 2020년 10월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를 거쳤다. 현대차의 풀체인지(완전변경) 출시 주기가 통상 5~6년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캐스퍼 전동화 모델도 내년쯤 출시될 전망이다.

현대차가 시장 초기 진출 모델로 아이오닉5를 정한 건 월등한 성능 때문이다. 아이오닉5는 출시 6개월 만에 자동차 본고장 독일에서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영국의 오토 익스프레스와 탑기어 등 각종 자동차 전문매체가 선정한 상도 휩쓸었다. 코나 일렉트릭이나 캐스퍼 등 작은 차로 일본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전 아이오닉5로 현대차의 기술력을 먼저 선보이겠다는 거다. 현대차가 현지 차량 공유 서비스 ‘애니카’와 협업해 아이오닉5 100대를 투입하고, 이 차를 구매한 소비자가 자신의 차를 공유 차량으로 등록할 수 있게 한 것도 보다 많은 소비자가 아이오닉5를 경험해보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고객 경험을 위한 공간인 ‘현대 고객 경험 센터’를 올해 여름 요코하마를 시작으로 일본 주요 도시에 설치할 예정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