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4조원대 규모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 스타벅스코리아 등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도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가 IFC 인수에 성공하면 여의도에서 더현대서울과 스타필드가 맞붙어 여의도 상권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부동산 종합 개발사인 신세계프라퍼티가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IFC 인수를 위한 1차 본입찰에 이어 2차 본입찰에도 참여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매각 거래는 1차 입찰로 끝난다. 하지만 4조원대의 ‘메가딜’인만큼 지난달 1차 입찰을 통과한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를 대상으로 전날 2차 본입찰이 진행됐다.
매각 대상은 8만5400㎡ 규모의 여의도 IFC 오피스 건물 3개동과 IFC몰, 콘래드호텔이다. 캐나다의 브룩필드자산운용이 2016년 2조5500억원에 매입했는데 이번 매각가는 4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1차 입찰에서는 최고 4조3000억원에 달하는 입찰가가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쟁사들의 인수 의지가 강한 만큼 최종 인수자가 누가 될지는 미지수다. 2차 본입찰에는 신세계프라퍼티·이지스자산운용을 포함해 1차 입찰에 참여했던 미래에셋맵스, 코람코자산신탁, ARA코리아, 마스턴투자운용,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등 6곳이 모두 제안서를 제출했다.
싱가포르계 투자사인 ARA코리아가 유력주자로 꼽히는 가운데 신세계는 투자 이력과 자금 조달 능력이 쟁쟁한 경쟁사들을 제쳐야 한다.
업계는 신세계그룹이 IFC를 인수하면 IFC몰 자리에 스타필드를, 콘래드호텔에 신세계조선호텔을 입점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2017년에도 코엑스몰을 인수해 코엑스 스타필드로 재개장한 바 있다. 이 경우 신세계의 ‘스타필드’와 현대백화점그룹의 ‘더현대서울’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쟁하게 된다.
과거 ‘유통 무덤’으로 불리던 여의도 상권의 가능성이 더현대서울로 입증된 만큼 신세계로서는 이번 여의도 진출 기회를 놓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오픈한 더현대서울은 개점 3달만에 2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연매출 1조원 클럽’도 넘보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M&A를 통해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만 4조3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야구단 SSG랜더스(1352억원)에 이어 패션 플랫폼 W컨셉(2650억원), 이베이코리아(3조4400억원), 스타벅스코리아(4742억원) 지분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일각에선 이로 인해 자금 동원력이 떨어질 거란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지난해 신세계와 이마트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이마트 서울 성수동 본사 부지, 가양동 부지 등을 매각하며 약 2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한 만큼 올해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거란 관측이 나온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