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겨울 울진의 주인공은 대게다. 대게 잡이는 초겨울부터 시작되지만 대게가 탱글탱글하게 살 오르는 시기는 2~3월이다. 울진 대게의 본거지는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0㎞ 떨어진 바닷속 거대한 암초인 왕돌초(王乭礁) 일대다. 3개의 거대한 봉우리가 남북으로 54㎞, 동서로 21㎞ 규모로 형성돼 ‘동해의 심장’이라 불린다.
이른 새벽 어부들은 바다로 나가 대게 그물을 걷어 올린다. 항구가 활기를 띠는 시간은 오전 7시쯤. 대게잡이 배가 줄지어 들어오고 상인과 경매인들이 몰려든다. 선착장에 내려진 대게는 4열 5행으로 모두 20마리씩 한 분대를 만들어 사열하듯 늘어선다. 곧바로 경매에 부쳐진다. 값이 매겨진 대게가 아이스박스에 담겨 차에 실려 가기까지 순식간이다.
대게 가운데 박달대게를 으뜸으로 친다. 박달나무처럼 속이 단단하게 들어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집게다리에 원산지, 상호, 전화번호가 적힌 완장을 차고 있는 놈을 고르면 속지 않는다. 몸보다 다리가 길고 다리를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택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크기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어부들은 대게의 배 부분을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배의 색깔이 짙을수록 살이 차고 단단하다. 또 배 부분을 손으로 눌렀을 때 무르고 물이 나오는 것은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
후포여객터미널 인근에 대게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많다. 대게는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고 쪄서 먹는다. 주문 30분쯤 후에 커다란 쟁반에 대게가 담겨 나온다. 대게를 다 먹고 난 뒤 대게 매운탕과 게 껍데기에 담은 볶음밥도 별미다.
집에서 대게를 요리한다면 주의할 점이 있다. 솥에 담을 때 대게가 물에 닿지 않게 해야 한다. 끓는 물과 대게가 직접 닿으면 물기가 살 속으로 파고들어 대게의 내장이 흘러버린다. 1㎏짜리 대게를 찌는 시간은 25분이 적당하다. 대게의 배가 위로 향하게 해서 쪄야 하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올해 ‘울진 대게와 붉은대게 축제’는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울진의 또 다른 겨울 별미는 곰칫국이다. 밤샘 작업을 한 뱃사람들이 아침 해장국으로 먹던 곰칫국은 곰치로 끓여낸 국이다. 곰치는 퉁퉁한 모습이 곰처럼 생겼다고 해서 물곰이라고도 한다. 곰치 수컷은 흑곰이라고 해서 검은색을 띠고, 암컷은 분홍빛이 난다. 울진 앞바다서 잡히는 곰치는 큼지막하다. 곰치를 신김치와 함께 넣고 끓여내 비린 맛이 없고 담백한 것이 물곰탕의 인기 비결이다. 곰칫국은 끓일 때도 그렇지만 그릇에 담아낼 때도 살이 풀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죽변항 인근에 유명한 식당이 대거 자리하고 있다.
물곰탕과 우위를 다투는 해장국은 아구탕이다. 아귀가 주재료인 맑은탕 요리다. 경남 마산 등에서는 찜 요리가 유명하지만, 울진에서는 생물 아귀로 만드는 탕이 더 많다. 살에는 타우린과 비타민D가 많고 쫄깃쫄깃한 껍질에는 비타민B2와 콜라젠이 풍부해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있다.
줄가자미도 제철이다. 수심 150~1000m 진흙이나 모래 바닥에 서식하는 심해 어류다. 몸은 원형에 가까운 달걀모양이며 옆으로 납작하다. 일반적으로 40㎝ 크기이며 55㎝까지 자란다. 큰 눈은 다른 가자미류와 마찬가지로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다. 등은 암자색을 띠며, 크고 작은 원추형 돌기가 빽빽이 나 있다. 배는 껍질이 얇고 회색을 띤다.
줄가자미 회는 뼈째 썰어야 제맛이다. 탄력 있는 육질과 적당히 씹히는 뼈의 질감이 조화를 이뤄 씹을수록 고소하다. 고소함을 더해주는 데는 된장이 어울린다. 3월이 지나면 뼈가 단단해져서 맛이 떨어진다.
울진의 명물 중 하나는 문어다. 유난히 살이 붉어 참문어로 불린다. 울진 문어를 제대로 맛보려면 구산항으로 가는 게 좋다. 구산항은 아침마다 열리는 문어 위판으로 유명세를 타는 작은 항구다. 문어를 주로 잡는 곳은 항구에서 5~10분 거리의 연근해다. 울진 앞바다에는 ‘짬’이라는 갯바위가 있어 문어가 많이 잡힌다.
방어도 겨울 별미다. 방어는 전갱이과에 속하는 해안성 회유어다. 방추형에 작고 둥근 비늘로 덮여 있다. 등 쪽은 짙은 청색, 배 쪽은 은백색이다. 주둥이 끝에서 꼬리자루 사이 담황색 세로띠가 특징이다. 방어는 몸집이 클수록 맛있다. 보통 2㎏ 내외를 소방어, 4㎏ 이하를 중방어, 5㎏ 이상이면 대방어로 불린다.
방어도 회로 많이 먹는다. 감칠맛이 뛰어난 건 지방 함량 때문이다. 부위별로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울진=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