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재미 추구한다… 예능 콘텐츠 끝없는 재생산

입력 2022-02-16 04:06
지난해 큰 사랑을 받은 ‘술꾼도시여자들’(술도녀)이 이번에는 산 내음을 머금고 ‘산꾼’으로 찾아왔다.

tvN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의 주연 배우 한선화 정은지 이선빈(왼쪽부터)이 지난 12일 처음 방영된 예능 ‘산꾼도시여자들’에 출연한 장면. tvN 제공

tvN 드라마 술도녀의 주연 배우 이선빈 정은지 한선화가 등산을 배워가는 과정을 담은 tvN의 예능 프로그램 ‘산꾼도시여자들’이 지난 12일 처음 방영됐다. 15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회 시청률은 2.9%로 출발했다. 한선화를 제외한 나머지는 초보 등산객으로 사전 준비부터 어설펐지만 태백산 정상에 무사히 올랐다. 하산 후에는 역시나 술잔을 기울이며 술도녀의 주인공들로 변모했다.

‘산꾼도시여자들’은 드라마가 종영하면서 아쉬움을 느끼는 시청자를 달래면서 등산객들이 알아야 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예능으로서 콘셉트까지 잘 챙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석희 대중문화 평론가는 “등산 경험이 적은 초보자들이 어떻게 준비해야 하고, 아이젠은 언제 착용해야 하는지, 등산 가방은 어떻게 꾸려야 하는지 등 초보를 위한 등산 가이드를 자세하게 담았다”고 말했다.

흥행한 드라마나 예능이 다른 프로그램을 파생시키는 흐름은 최근 눈에 띄게 많아졌다. 앞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주연 배우들이 산촌에서 자급자족하는 내용을 다룬 스핀오프 예능 ‘슬기로운 산촌생활’로 이어졌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9부작으로 방영된 이 프로그램은 최고 시청률 6.7%를 기록했다. 방송사 간 경계를 넘어서 콘텐츠가 재생산되는 사례도 있다. tvN은 SBS 인기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주역인 배우 봉태규 엄태준 윤종훈을 앞세운 리얼리티 예능 ‘해치지 않아’를 지난해 방영했다. 3명의 배우가 전남 고흥의 폐가에서 생활하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종종 ‘펜트하우스’의 ‘부캐’(부캐릭터)를 소환해 시청자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tvN 예능 '해치지 않아 x 스우파'에 출연한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각 크루 리더가 폐가에서 춤을 추는 모습. tvN 제공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출연자들이 예능에 고정 출연하는 경우도 있다. tvN은 ‘해치지 않아 x 스우파’를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0일까지 방영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각 크루 리더들은 전남 고흥의 폐가하우스에서 생활하며 ‘스우파’와 관련해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눴다. TV조선은 ‘미스터트롯’의 톱 7인방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뽕숭아학당’ ‘사랑의 콜센타’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층을 유지했다.

김교석 예능 평론가는 파생 콘텐츠가 유행하는 흐름에 대해 “이미 인기를 얻은 이들이 출연함으로써 대중에게 친근함을 줄 수 있고 드라마의 세계를 연장해주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며 “이런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기존 콘텐츠를 활용해 빠르게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새로운 시도가 적어질 수도 있다는 게 단점”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드라마나 예능을 활용하면서도 기존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던 재미와 스토리텔링을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콘텐츠 자체가 괜찮아야 시청자가 계속 유지된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