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올해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잇달아 예고된 상황에 맞춘 재테크 전략을 다시 짜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최근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 고조에 자본시장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투자의 정석’인 분산 투자뿐 아니라 안전 자산 투자 전략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위험·고수익 투자 전략은 배제하고 방어적인 투자를 하면서 인플레이션 헤지(회피) 자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초저금리 시대가 이미 막을 내린 데다 자산 가치를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에서 ‘영끌’ ‘빚투’ 같은 투자로는 막대한 손실만 떠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전 자산’에 주목
지난해 재테크로 수익을 낸 사람들이 ‘수익률이 가장 높다’고 꼽은 상품은 부동산(39.8%)이었다. 다음은 주식(33.2%), 가상화폐(7.7%), 펀드(6.6%) 등 순이었다. 이는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이 지난달 10~24일 직방 애플리케이션 접속자 72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였다. 올해에는 이 같은 수익률 순위가 그대로 유지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주요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각종 악재가 자본시장을 덮친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투자자들 관심은 안전 자산 투자로 쏠리고 있다. 그동안 저금리 탓에 인기를 끌지 못했던 은행 예·적금 상품 등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 예금 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자산시장의 큰 변동성에 대비해 예·적금 비중을 높일 필요도 있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감안해 단기 예금 상품을 가입하는 방법 등이 추천된다. 김학수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 팀장은 15일 “금리가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가능성이 큰 만큼 만기 3~6개월의 정기예금을 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유동성 파티’가 한창일 때는 주목받지 못했던 금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금은방을 직접 찾아가 금을 사는 전통적인 방법뿐 아니라 금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하는 전략을 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금 가격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더 오르는 특징이 있다. 금값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졌을 때 급등한 바 있다.
채권 투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채권은 금리 상승기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투자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위험, 고수익 특성을 보이는 하이일드 채권 투자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금리 상승기 ‘수혜주’를 찾아라
변동성을 예측하기 어려워진 국내 증시에선 이미 여러 데이터를 통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지난해 1월 21조원대에서 8월 24조9200억원대까지 찍었다가 지난달 21조6700억원대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신용거래 융자 금액은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 투자를 한 돈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선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 등 안정적인 대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금리 상승기에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성장주를 눈여겨봤다가 매수하는 방법도 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장기적으로 저점 분할 매수 방식의 주식 투자를 고려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은행주 등 금리 상승기에 수혜를 받는 업종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은행 수익 구조상 고금리 시기엔 은행의 수익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 등으로 인한 부실 채권 문제도 있기 때문에 “대형주, 성장주 위주의 투자 종목을 선택하되 분산 투자 차원에서 은행주를 담으라”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글로벌 주식시장에선 미국 등 선진국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 타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신흥국 시장을 택하기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인 영업 이익이나 수출 실적 개선 기대를 받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등의 대형주를 택하라는 의미다. 경기 침체기에는 신흥국이 각종 변수에 가장 먼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은 여전히 주목해야 할 투자 종목으로 꼽힌다.
부동산 투자는 ‘좀 지켜봐야’
부동산 투자는 정책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근 부동산 거래 감소세뿐 아니라 다음 달 치러지는 대선 이후의 부동산 정책 변화, 추가 금리인상 상황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간접투자 상품인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투자를 권유하는 전문가도 있다.
금리 인상기에는 자산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규모 현금을 보유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한번에 갚기 어려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승진 등으로 인해 신용점수에 변화가 있을 경우엔 금리 인하 요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물론 금리 상승기에 대출을 끌어 모아 투자하는 ‘빚투’는 막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 투자에도 여전히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가상화폐가 통화로 인정되기 위해선 ‘가격 안정성’이 담보돼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변동성 문제가 크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