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일생’ 발리예바… 요정연기 다시 본다

입력 2022-02-15 04:06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 이후 도핑 의혹에 휘말린 러시아 피겨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가 14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 트레이닝홀에서 공식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베이징=권현구 기자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을 보인 러시아 피겨여왕 카밀라 발리예바(16)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에 예정대로 나선다. 출전만 허용됐을 뿐 심리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어서 발리예바가 메달을 따더라도 후폭풍이 있을 전망이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14일(한국시간)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발리예바의 도핑 규정 위반에 따른 선수 자격 정지를 철회해 올림픽 출전을 허락한 조치와 관련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제기한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매튜 리브 CAS 사무총장은 베이징 메인미디어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CAS는 발리예바가 경기에 참여하도록 결정했다”며 “의무 출전 금지 조항을 알고 있지만 예외적 상황”이라고 밝혔다.

CAS는 13일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장시간 청문회를 진행했다. 각 기관 관계자들과 논의한 끝에 발리예바의 손을 들어줬다. 청문회 패널들은 발리예바의 도핑 위반 사안 전반을 다루기보다 경기 출전 여부를 결정하는 데 집중했고, 이번 올림픽을 소화하는 데 결격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발리예바의 나이와 도핑 결과 통보 시점 등 크게 두 가지 이유가 거론됐다. 리브 사무총장은 “발리예바는 만 16세 이하로 세계반도핑법으로부터 보호되는 나이”라고 말했다. 미성년자와 성인의 처벌 수위를 구분하는 규정에 따라 각종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대회 참가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12월 실시한 도핑에 따른 결격 사유를 지난 8일에야 통보받아 대응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도 거론됐다. 이미 올림픽에 참가한 상황에서 항소 등을 통해 자기 방어에 나설 여유가 없어 “선수의 책임이 아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법적 공방이 끝난 건 아니다. IOC는 현재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피겨 단체전 메달 시상식을 무기한 연기한 상황이다. 마크 아담스 IOC 대변인은 “(출전 이외) 다른 모든 문제는 더 논의해야 한다. 대회 동안 결론이 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라 허시랜드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장은 이번 사안을 “클린 스포츠를 무시하는 러시아의 조직적 행동의 일부”라고 평하며 “CAS 판결이 전하는 메시지에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김연아는 자신의 SNS에 “금지약물이 적발된 어떤 선수도 경기에 나서선 안된다. 예외 없이 지켜야 할 원칙”이라며 “모든 선수들의 노력과 꿈은 똑같이 소중하다”고 적었다. 김예림도 이날 공식 훈련 후 인터뷰에서 “대다수 선수는 안 좋게 생각한다. (정상 출전은) 공정하지 않다는 얘기를 다른 나라 선수와 나눴다”고 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