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신앙 교사로, 가정을 예배 처소로 만드는 일 절실”

입력 2022-02-16 03:04
이전호 충신교회 목사가 최근 서울 용산구 교회 앞에서 부모의 신앙교사 역할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가정예배를 다 마치고 할머니가 (사촌) 형이랑 누나에게 교회를 다니라고 말씀하셨다. 형이랑 누나를 위해 기도하신다면서 갑자기 울기 시작하셔서 모두 숙연해졌다. 형은 대학교 가면 여자 친구랑 같이 교회에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형이 꼭 교회에 갔으면 좋겠다. 큰 아빠네 가족이 어색해할까 봐 인증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가정예배였다. 충신교회 교회학교 4학년 박○○.”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 충신교회(이전호 목사)가 명절 뒤 교회학교 학생들에게 받은 소감문 중 하나다. 다음세대 교회학교 학생만 1000명 넘게 양육하는 충신교회는 설과 추석 등 명절마다 가정예배 공모전을 연다. 온 식구가 모이는 명절을 최고의 가족 전도 기회로 보고, 특별히 다음세대에게 신앙의 추억을 남기는 시간으로 만들자고 권한다. 학생들이 가정예배 소감문이나 손그림과 인증샷 등을 교회학교 사역자들에게 보내면 교회는 심사를 거쳐 우수 가족을 시상한다. 명절을 통해 믿음의 가정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다.

코로나 2년을 보내며 한국교회는 가정예배의 중요성과 가정사역의 필요성을 말 그대로 절절하게 깨달았다. 어른들보다 더 모이지 못하고 지금도 계속해서 모이는 데 어려움이 있는 교회학교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위드 코로나 시대 한국교회의 가정사역은 반드시 집중해야 할 과제가 됐다. 이전호 충신교회 목사는 1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우리 가운데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정신에 따라 다음세대를 위해 눈높이를 낮추는 일이 필요하다”라며 “부모를 가정의 신앙 교사로, 가정을 교회의 예배 처소로 만드는 일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자녀를 교회학교에 맡기던 수동적 부모에서, 교회학교와 함께 신앙교사 소임을 수행하는 적극적 부모로 거듭나려면 우선 부모교육이 필요하다. 충신교회는 2013년부터 부모학교를 진행해 왔다. ‘나는 가정의 신앙교사입니다’를 주제로 코로나 이전엔 8주간 훈련과 교육을, 코로나 이후엔 온라인 줌으로 5주간의 커리큘럼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첫째 주엔 교회와 가정이 함께 다음세대 세우기의 필요성을 논의한다. 2주 차는 기독 학부모의 정체성, 3주 차는 가정예배 문화 만들기, 4주 차는 학업과 은사를 중심으로 자녀 이해하기, 5주 차는 가정의 신앙교사 역할을 감당할 부모 수료식을 거친다. 충신교회에서 교육 부서를 총괄하고 있는 이도복 목사는 “10기까지 부모학교가 진행되면서 330명의 부모가 신앙교사로 세워졌고, 30·40세대 부모 그룹이 교회에 잘 정착하는 일도 병행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충신교회 유아부 말씀알림장. 충신교회 제공

부모교육 이후엔 부모참여형 교회학교 사역으로 이어진다. 아빠와 함께하는 신앙토크쇼, 부모초청 드림 예배, 가족이 함께하는 수련회와 여름·겨울 성경학교, 가족과 함께하는 기도회 등이 열렸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예배를 드리고 줌 공과에도 참여하며 영유아를 위해선 출석 체크와 과제 수행도 함께하는 방식이다. 이도복 목사는 “중·고등부 수련회의 경우 그동안 방안에서 혼자 문을 닫고 참석하는 수련회가 다수였는데, 이젠 거실로 나와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해 떡볶이와 부대찌개를 만들어 보는 등의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충신교회는 명절만이 아니라 주일마다 주보에 가정예배를 드릴 수 있는 순서지를 싣는다. 가정예배는 다음세대의 생명줄이란 인식에서다. 코로나 상황에선 주일 오후에 가정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영상도 별도로 제작해 제공한다. 공동체성경읽기도 온 가족이 다 함께 참여하는 형식을 도입해 특별히 어린이용 나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자녀축복 기도문을 설명하는 이도복 교육총괄 담당 목사 모습. 충신교회 제공

부모를 가정의 신앙교사로 세우는 일은 교회교육을 위한 충신교회 성도들의 열성적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전호 목사는 “고등부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면 다수가 교회학교 교사로 지원하고, 이들뿐만 아니라 새로 지원하는 교사 후보생들을 대상으로 전반기 10주, 후반기 10주 교육을 거쳐 교회학교 교사로 임명한다”면서 “코로나로 10주 주중에 진행하던 교사교육이 온라인으로 전환돼, 거리 제약이 사라짐에 따라 지방 체류 성도들까지 지원자가 더 늘었다”고 말했다.

이전호 목사는 부모교육과 가정예배를 넘어 가족을 단위로 한 상담 코칭의 확대도 모색하고 있다. 교회학교 학생들뿐 아니라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 등이 신앙의 멘토를 만나 코칭을 받고 스스로 성찰의 과정을 거쳐 건강한 가정을 이루도록 돕는 사역이다. 코칭협회의 전문 자격증을 딴 성도들이 20명을 넘어서면서 진로 선택과 취업, 결혼과 신혼 생활 등에 대한 조언을 건네는 일이 전문화되고 있다.

이전호 목사는 “한국교회가 다음세대에 관한 걱정에만 머물지 말고, 가정사역을 통해 신앙 전수의 실천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신교회는 오는 6월 7~9일 ‘가정과 교회를 리셋하라’란 주제로 ‘D6 글로벌 콘퍼런스’를 개최할 계획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