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중인 ‘이성윤 공소장 유출’ 사건에 관여됐다는 의심을 받는 옛 수원지검 수사팀이 해당 공소장의 ‘기소 전 유출’ 가능성에 대해 반박하는 의견서를 준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수처는 최근 수사팀에 대한 압수수색의 위법성 여부를 심리하는 법원에 ‘기소 전 공소장 유출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다. 이에 수사팀은 당초 압수수색영장에 ‘공소제기 이후라도 공판 전까지는 비밀’이라는 범죄사실을 적었던 공수처가 이제 와서 기소 전 유출 가능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입장이다.
1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사팀은 현재 준항고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에 기소 전 유출 가능성을 반박하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수사팀은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기소하기 전 공소장을 50차례가량 수정하고 다시 쓰길 반복했던 만큼 세부적인 차이를 모두 알아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의견서를 통해 외부로 유출된 사진파일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에 등록된 공소장을 다운로드해 편집한 문건을 촬영한 것이란 주장을 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유출된 공소장의 각주 처리가 통상적인 공소장과 다른 점 등에 비춰 ‘기소 전 편집본’일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각주가 본문으로 올라붙은 점 등은 오히려 킥스에 등록된 공소장을 한글프로그램 문서로 바꾸며 나타난 현상이라는 게 수사팀의 설명이다. 공수처는 지난해 11월 수사팀의 이메일, 메신저 기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지만 공소장 또는 그 초안의 유출을 의심할 만한 증거를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윤 공소장 유출’ 사건은 지난해 5월 이 고검장 기소 이후 10개월째 진상 규명 과정이 진행 중이다. 그간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이 고검장 공소장을 킥스에서 열람한 22명을 특정했고, 여기에 이 고검장의 측근이 포함됐다는 말이 돌았지만 외부 유출과 관련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공수처는 애초 수사팀을 공소장 유출 당사자로 지목해 수사를 벌여왔지만 뾰족한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채 압수수색 집행의 취소를 구하는 준항고만 제기된 상황이다.
이 고검장 공소장의 기소 전 유출 여부에 대한 수사는 ‘공무상비밀누설죄의 보호 법익’과 ‘공판기일 이전 소송서류 공개 여부’ 등에 대한 치열한 법리 다툼을 예고하는 사안이란 평가다. 공소장이 기소 전 유출됐다면 공무상비밀누설·피의사실 공표죄 등이 폭넓게 적용될 여지가 열린다. 다만 법조계에선 “확정되지 않은 혐의사실이 무분별하게 공개된다”는 우려와 관련해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고위공직자의 범죄 혐의에 대해선 사건 관계인의 명예·사생활 보호와 국민의 알권리를 제약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수사팀은 자신들이 공소장 유출과 무관하다는 항변과는 별개로 “공소장이라는 용어 자체에 ‘공개적인 공표’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양민철 이경원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