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에 사는 김모(36)씨는 최근 직장 동료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에 곧바로 보건소를 찾아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은 김씨는 같은 날 주변의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아 두 번째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이곳에서도 결과는 ‘음성’이었다.
하지만 몸살 기운 등이 계속된다고 느낀 김씨는 대학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9만원가량의 돈을 내고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았다. PCR 검사 결과는 이전과는 반대로 양성이었다. 김씨는 14일 “신속항원검사의 진단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말을 듣고 여러 번 검사를 받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했는데 결국 양성이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 대응체계로 전환되면서 정부가 60세 이상 고위험군 등을 제외하곤 일차적으로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토록 했지만 검사 정확도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n차 검사’를 거듭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A씨도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가 PCR 검사로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다. A씨는 지난 11일 동생과 함께 목에 이물질이 낀 듯한 증상을 느꼈다고 한다.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한 결과 동생은 양성, 그는 음성이었다. 한 차례 더 검사를 했지만 마찬가지로 음성이었다.
A씨는 이튿날 출근을 앞두고 불안한 마음에 서울의 한 보건소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또다시 결과는 음성이었다. 세 차례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오자 인후통을 동반한 단순 감기라고 생각하고 평소와 마찬가지로 출근을 했다. 하지만 동생이 13일 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온 데 이어 그 역시 14일 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자매는 현재 재택치료 중이다. 그는 “신속항원검사에서 수차례 나온 결과를 믿고 일상생활을 했는데, 결국 주변에 민폐를 끼치게 됐다. 이러면 자가진단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라고 말했다.
신속항원검사를 여러 차례에 걸쳐 나온 결과라야 그나마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불필요하게 자가진단키트를 ‘사재기’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1명당 1회 5개로 구입물량이 제한됐지만 여러 약국·편의점을 돌아다니며 구매하는 것은 가능하다 보니 판매처를 찾아다니는 이른바 ‘키트 순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여러 차례 받기 위해 지역을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현재 검사에 대한 횟수 제한은 없다. 서울의 한 지자체 보건소 관계자는 “여러 보건소를 방문해 검사를 여러 번 받더라도 이를 제재할 지침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속항원검사의 낮은 정확도가 지역 전파의 주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신속항원검사나 자가진단키트에서 걸러지지 않은 초기 확진자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오히려 바이러스 전파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방역 당국이 PCR 검사를 조금 더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만 위음성자들의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성필 박민지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