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 단일화 움직임에 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전략은 ‘균열 내기’다. 이 후보 측은 야권 단일화 논의를 최대한 견제하면서, 혹시 단일화가 성사됐을 경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지지자 중 단일화 반대론자 표를 가능한 한 많이 흡수하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14일 “최근 야권 단일화 관련 여론조사를 분석하면 안 후보 지지층의 최소 30%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윤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의 선제적 단일화 제안에 실망한 이들을 이 후보 쪽으로 끌어당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선 다자구도에서 안 후보를 지지했던 응답자 중 31.6%는 윤 후보로 야권 단일화가 됐을 경우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했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선대위 관계자는 “안 후보 지지자 중 윤 후보를 정치적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야권 단일화 논의를 견제하는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하는 모양새다. 안 후보를 자극하지 않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단일화 이슈를 키우지 않으려는 포석도 있다.
이 후보는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야권 단일화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정치는 국민을 중심에 두고 국가 발전과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있는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이 후보는 “언제나 모든 일에서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는 특별히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민주당 선대위가 작성한 ‘대선 유세 메시지 기조’를 보면 민주당은 유세 때 윤 후보의 무능과 무지, 주술, 신천지, 음주 등을 집중 공격할 방침이다. 선대위는 이 문건에서 “폭탄주 중독 환자에게 국정 운영을 맡길 수 없다”며 윤 후보를 폭탄주 중독 환자로 지칭했다.
정현수 박재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