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가격 오르자 ‘경형 전기차’로 갈아타는 유럽

입력 2022-02-15 04:06
폭스바겐 이업.

세계적으로 ‘작은 차’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친환경차 시장에서 경형 전기차가 질주 중이다. 글로벌 공급망 대란으로 신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차값이 오를 수밖에 없자, 상대적으로 경차가 주목받는 상황도 이어진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경차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14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유럽의 전기승용차 판매량 중 경차 비중은 지난해 2분기에 16%를 넘었다. 2019년 1분기 4% 미만이었던 걸 감안하면 1년여 만에 4배 이상 고속성장한 것이다.

특히 폭스바겐 이업(e-up!), 피아트 500 일렉트릭, 르노 트윙고 등의 판매량이 가파르게 늘면서 경차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유럽 소비자의 실용적인 소비 행태가 경형 전기차 시장의 확대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짧은 주행거리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값에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피아트500일렉트릭.

유럽 국가 가운데 독일(45.8%) 이탈리아(15.7%) 프랑스(14.9%) 등 친환경차 보조금 정책을 적극 시행하는 국가의 경형 전기차 판매 비중이 높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경형 전기차인 이업의 가격은 2만1421유로(약 2950만원) 수준이다. 보조금을 적용하면 1만2421유로(약 1710만원)까지 낮아진다.

중국 완성차 업체도 수백만원 수준의 경형 전기차를 내놓고 있다. 중국 체리자동차는 지난해 12월 신형 전기차 체리QQ아이스크림의 판매를 시작했다. 체리QQ아이스크림은 푸딩, 콘, 선데 등 3가지 모델로 구성됐다. 푸딩은 2만9900위안(약 560만원), 콘은 3만7900위안(약 710만원), 선데는 4만3900위안(약 822만원)이다.

경차 시장의 확장 가능성을 겨냥하고 다른 경쟁업체들도 잇따라 출시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일본 스즈키는 2025년 1000만원대 경형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도요타와 공동 개발 중인 배터리를 탑재하고, 편의부품 등을 대거 줄여 가격을 낮출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의 전기차 모델을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테슬라도 2000만원대 소형 전기차 모델2를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촉발한 신차 출고 지연으로 향후 차량 가격이 오를 게 확실시된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친환경차 보조금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요 완성차 업체는 경형차를 중심으로 보급형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라 가격 경쟁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한국시장은 완성차 업체가 경형 전기차로 공략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는 “중국은 저가 전기차 시장이 크고, 일본은 전통적으로 경차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아 가격을 낮춰도 시장성이 있다”면서 “한국은 경차를 보는 시각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서 쉽지 않은 선택지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