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달하면서 러시아의 침공 시나리오에 대한 서방 분석도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 정부 발표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군사 행동 빌미를 위한 자작극 ‘가짜 깃발’ 작전, 미사일과 폭탄을 동원한 국경 침공, 첩보 요원을 활용한 쿠데타 작전 등으로 요약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CNN 등에 출연해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 이전 러시아가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단계에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대규모 군사행동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특히 러시아 침공이 미사일과 폭탄 공격으로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그는 “(폭격은) 군대가 목표한 만큼 정확치 않아 무고한 민간인이 살해될 수 있다”며 “그런 다음 러시아 지상군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맹공을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러시아가 먼저 군사 목표물을 공격한 뒤 수도 키예프를 비롯한 주요 도시를 포위하고, 러시아연방보안국(FSB·구 소련 KGB의 후신) 공작원이 친러시아 지도부를 설치하려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1단계는 설리번 보좌관이 언급한 것처럼 미사일, 폭탄 등의 재래식 무기를 사용한 침공작전이 이뤄지고, 이후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침투 시나리오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영국은 FSB가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서 쿠데타를 일으키는 임무를 받았다고 믿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정치인 5명으로 구성된 그룹이 쿠데타에 가담하기 위해 모집됐다”고 보도했다.
CNN은 특히 러시아가 자신에 우호적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군사력을 증강해 침공 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런던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가 러시아와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 정책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발언해 파문이 일고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바딤 프리스타이코 주영 대사가 BBC라디오에 출연해 진행자의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관련 입장이 바뀔 수도 있나’란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면서 “우리가 심각한 양보를 해야만 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올렉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발언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부인했다. 그는 “국가의 안전보장을 받는 최선의 방안은 나토 가입”이라고 했다.
한편 서방 국가 정상들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러시아 위협에 대해 논의했다. 백악관은 통화 후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미국 약속을 재확인했다”며 “미국은 동맹과 함께 러시아 공격에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4일부터 이틀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이어 회담을 갖는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