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선을 두 번째로 통과한 최민정 선수가 폭포수 같은 눈물을 흘렸다. 지난 11일 옆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선수가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을 만끽하는 동안에도 한번 터진 울음보는 쉽게 멈추지 않았다. 최민정은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과정이 생각나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1000m는 4년 전 평창올림픽 때의 고의충돌 의혹이 뒤늦게 일었던 바로 그 종목이다. 당시 최민정은 결승선을 한 바퀴 남기고 아웃코스로 추월하던 중 심석희 선수와 부딪혀 넘어졌다. 최민정은 4위로 메달을 놓쳤고 심석희는 실격당했다. 그런데 베이징올림픽을 4개월 앞두고 당시 상황이 최민정의 메달을 저지하기 위한 고의 충돌이었다는 충격적인 의혹이 제기됐다. 심석희가 최민정 등 동료 선수들을 험담하는 내용도 있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이런 제보를 받고도 몇 개월을 뭉갰다. 이 정도면 팀 분위기가 어땠을지 짐작된다. 최민정은 고의 충돌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한 상태다. 심석희는 올림픽을 얼마 앞두고 자격정지로 출전이 불발됐다. 대표팀 에이스로서 최민정에게 주어진 무게는 더욱 컸을 것이다.
13일 여자 3000m 계주 결승. 3~4위를 오가던 우리 팀은 마지막 주자인 최민정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2위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올림픽 3대회 연속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팀이 어수선한 와중에 이룬 값진 은메달이다. 대표 선발전 1위 심석희가 빠지고, 3위 김지유 선수마저 부상으로 출전을 못하는 바람에 최종 멤버가 올림픽 직전에야 확정되지 않았던가. 이번 경기를 마치고도 최민정은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아쉬워했지만 곧 웃었다. 간이 시상식에서 라이벌인 네덜란드 수잔 슐팅 선수와 포옹하고, 편파 판정 시비로 껄끄러웠을 중국 선수들과도 셀카를 찍으면서 웃었다. 평소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최민정에게 또래의 밝은 분위기가 살짝 보였다. 이제 더 이상 마음고생 없기를, 웃을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 마지막 남은 1500m에서도 선전을 기원한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