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이희문, 자전적 이야기 ‘강남오아시스’ 공연

입력 2022-02-15 04:09
소리꾼 이희문(47)은 2010년대 들어 망사스타킹, 핫팬츠, 형형색색 가발을 착용한 파격적인 분장과 퍼포먼스로 점잖은 국악계를 뒤집어 놓았다. 경기민요 이수자 고주랑 명인이 아들의 공연을 보고 눈물을 쏟았을 정도다.

그는 일본에서 영상 공부를 한 뒤 뮤직비디오 조감독으로 일하다가 27살 때 경기민요 인간문화재인 이춘희 명창의 권유로 국악에 본격 입문했다. 늦게 시작했지만 탄탄한 실력을 갖춘 그는 전통의 틀을 해체하고 전복함으로써 전통을 새롭게 창조하는 데 앞장섰다. ‘조선의 헤드윅’이란 별명을 얻었고 전방위 뮤지션 장영규와 함께 만든 민요 록 밴드 ‘씽씽’은 해외에서 각광을 받았다.

이희문이 오는 18~20일 세종문화회관 S시어터에서 신작 ‘강남오아시스’를 무대에 올린다. 20대까지의 삶을 3부작으로 그려내는 시리즈로 사적인 이야기를 노래로 담았다. 시리즈 첫 무대인 이번 공연은 콘서트 형식이 주를 이루던 이전과 달리 카바레 형식을 차용한 이야기극으로 제작됐다.

그의 어린 시절은 ‘아버지의 부재’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재일교포였던 아버지가 일찍 별세하면서 어머니는 생계를 꾸리느라 바빠 아들을 돌보지 못했다. 이때 형성된 자아는 그의 예술세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버지의 부재가 그의 예술적 오아시스가 된 셈이다.

그가 직접 시놉시스 구성 및 작창에 처음으로 참여한 이번 작품에 트레이드마크인 화려하고 파격적인 분장과 퍼포먼스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그의 내면에 담아놨던 속 깊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노래로 풀어낸다. 흑인음악 기반의 프리연주 밴드 까데호와 호흡도 눈여겨볼 만하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