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23)은 이번에 울지 않았다. 막내 서휘민(19)이 울먹였지만 언니들이 먼저 어깨를 붙잡고 토닥였다. 함께 태극기를 흔들어 보이며 미소 짓는 그들에게서 아쉬움보다 후련한 감정이 보였다. 금만큼 값진 은메달이었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13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선두 네덜란드에 이어 결승선을 통과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민정과 김아랑(26) 이유빈(20) 서휘민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경주 내내 좀처럼 역전 기회를 잡지 못하다 마지막 3바퀴를 남기고 캐나다와 중국을 제쳐냈다. 대표팀은 16일 여자 1500m, 남자 5000m 계주를 남겨뒀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4년 전 평창 올림픽에 이어 올림픽 3연패를 노렸다. 준결승에서 막판 3위로 처져 있다가 마지막 주자 최민정이 레인 바깥쪽을 타며 추월해 극적으로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힘겹게 오른 결승에서도 대표팀은 4바퀴를 남긴 시점까지 3~4위를 오갔으나 마지막 주자 최민정이 다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가속을 붙인 끝에 중국을 제치고 2위 자리를 따냈다. 수잔 슐팅을 앞세워 금메달을 딴 네덜란드는 4분3초409로 올림픽 기록까지 새로 썼다.
최민정이 결승선을 통과한 자세 그대로 허리를 숙인 채 한동안 얼굴을 들지 않자 맏언니 김아랑은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독였다. 최민정도 이틀 전 여자 1000m 결승이 끝나고 흐느끼던 모습과 달리 이내 일어났고, 올림픽 첫 메달에 눈물을 보인 막내 서휘민 등 동료들을 챙기며 미소 지었다. 1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앞으로 웃을 일만 :)’이라고 적었던 것처럼 팬들과 약속이자 스스로 했던 다짐을 지켰다. 선수들은 코치진에게 태극기를 건네받아 관중석을 향해 흔들며 환하게 웃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은 서로에게 공을 돌리며 탄탄한 팀워크를 과시했다. 김아랑은 “민정이가 부담이 클 텐데도 부담을 덜어주려고 ‘각자 맡은 바 최선 다하자’ 말하고 들어갔다. 그렇게 속 시원하게 다하고 나온 것 같아 은메달도 너무 값지다”고 말하자 최민정은 “후회는 없지만 팀원들은 너무 잘했는데 제가 부족해서 아쉬웠다. 저도 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서휘민도 “많이 긴장됐는데 언니 오빠들이 많이 도와주고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줬다”고 고마워했다. 우리 선수들은 16일 여자 1500m에서 또 한 번 금빛 레이스에 도전한다. 최민정은 2분14초354로 이 종목 세계기록 보유자다.
같은 장소에서 남자 500m에 나선 황대헌(22)은 고배를 마셨다. 황대헌은 준결승에서 중국의 세계·올림픽기록 동시 보유자 우다징과 헝가리의 류 사오앙, 캐나다의 스티븐 드부아 등 강자와 2조에 편성됐다. 황대헌은 4위로 달리다 마지막 바퀴 직선 코스에서 3위로 도약한 뒤 코너에서 추월을 시도하다 드부아와 충돌해 튕겨나가며 뒤로 처졌다. 영상판독 결과 무리한 레인 변경으로 실격이 선언됐다. 결승에선 헝가리의 류 샤오앙이 우승했다.
베이징=조효석 기자,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