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낮게 잡으셨어”… 대표팀, 체육회 목표 비웃듯 선전

입력 2022-02-14 04:07
컬링 국가대표 ‘팀 킴’의 스킵 김은정(가운데)이 13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단체 라운드로빈 세션6 중국과 경기 중 스톤을 밀어 보내고 있다. 팀 킴은 중국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7엔드까지 앞섰으나 8엔드 중국 왕루이의 마지막 결정타로 역전을 허용, 연장 11엔드 접전 끝에 5대 6으로 패했다. 팀 킴은 4경기 2승 2패로 준결승 진출 순위인 4위에서 두 계단 떨어져 6위에 자리했다. 베이징=권현구 기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반환점을 돈 13일 오후 10시 30분 현재 우리 대표팀은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로 종합 15위에 자리하고 있다. 당초 대한체육회가 예상한 이번 올림픽 예상 성적은 ‘금메달 1~2개, 종합 15위권 달성’이었다. 올림픽 초반 쇼트트랙 편파판정 시비 등을 겪으며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지만 우리 선수단은 더욱 단단하게 뭉쳤고, 목표 초과 달성을 향해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5일 올림픽을 한 달 앞둔 미디어데이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금메달 1~2개) 목표는 합리적 숫자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훈련 여건, 홈팀 중국의 텃세 등을 고려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설정한 목표였다.

4년간 땀 흘린 선수들의 각오와 전망은 달랐다. 컬링 대표팀 ‘팀 킴’의 김선영은 “(체육회가) 예상 금메달 개수를 적게 잡았다고 해서 우리가 메달을 못 따는 건 아니다. 오히려 부담감이 줄었다”며 “준비한 만큼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는 따라올 거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스피드스케이팅의 김보름도 “선수단에서 설정한 목표는 큰 의미가 없고 각자 자신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쇼트트랙 이유빈 역시 “더 많은 메달 가능성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AP통신은 개막 전 한국이 쇼트트랙에서 강세를 보이며 금메달 4개로 종합 13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미국 스포츠 데이터 그룹 그레이스노트는 대한체육회와 비슷하게 금메달 2개로 종합 16위를 예상했다.

남은 일주일, 대표팀은 최대 5~6개의 추가 메달을 노린다. 메달 농사를 가늠할 격전지는 역시 ‘최강’ 쇼트트랙이다. 특히 여자 3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수확한 데 이어 2010년 밴쿠버 대회 이후 메달이 없었던 남자 계주에 거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500m 금메달리스트 황대헌을 중심으로 인코스 스페셜리스트 곽윤기가 힘을 보태는 라인업은 탄탄한 실력을 자랑한다. 16일 결승에서 12년 만의 쾌거를 정조준한다.

같은 날 여자 1500m에서도 금빛 질주가 기대된다. 세계기록 보유자 최민정과 이 종목 현 랭킹 1위인 이유빈이 동반 출전한다. 폭발력이 요구되는 단거리에 비해 경기 운용과 지구력이 승부를 가르는 장거리는 우리 선수들의 메달밭이다.

이번 대회 ‘노메달’ 우려를 받았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단은 벌써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밴쿠버 3총사 중 유일한 현역 이승훈이 매스스타트에서 정재원, 김민석과 호흡을 맞춘다. 평창 대회에서 이승훈의 페이스메이커였던 정재원은 이번 대회 에이스로 세대교체 선봉에 선다.

평창에서 여자 매스스타트 은메달을 따냈던 김보름도 정재원과 같은 19일 레이스를 펼친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에이스 계보를 잇는 김민선의 깜짝 메달 가능성도 남아 있다. 평창 대회 은메달로 스타덤에 올랐던 여자 컬링 ‘팀 킴’, 역시 평창 은메달리스트 원윤종이 이끄는 봅슬레이 남자 2인승, 4인승도 메달 도전에 나선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