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전격 제안으로 야권 단일화 논의가 수면 위로 튀어 올랐다. 그러나 대선 판도를 뒤흔들 야권 후보 단일화가 성사될지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단일화 방식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안 후보는 여론조사 기반의 ‘국민경선’을 공식 제안했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후보 간 담판을 선호하는 상황이다.
야권 단일화 성사 여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13일 “안 후보가 공개적으로 제안했다는 것만으로도 단일화 성사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며 “어떤 형태로든 단일화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소장은 이어 “방식은 협상 과정에서 결정할 문제이고, 보수 야권 지지자들이 단일화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상황에서 윤 후보가 안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윤 후보가 (안 후보 측 제안을) 안 받아들이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2∼3일 정도면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가 가능하기에 아직 시간이 촉박한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진통 끝에 무선전화 100% 방식으로 2개의 여론조사 기관(각각 1600명)에서 적합도와 경쟁력을 모두 묻고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에 합의, 하루 만에 여론조사를 마친 전례도 있다.
안 후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의 여론조사 경선을 거론하며 “그때 합의한 문항과 방식이 있다”며 “따라서 단일화 경선 방식을 두고 다시 원점에서 논의할 이유는 없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윤 후보가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김성수 한양대 정외과 교수는 “윤 후보가 안 후보의 여론조사 방식을 통한 단일화 제안을 받지 않을 것 같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각종 논란 등 부정적인 이슈가 많은데, 윤 후보 입장에서는 굳이 단일화로 여론의 관심을 바꿀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경선에 의한 단일화는 없다고 윤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공언한 상황에서 안 후보 제안을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론조사 경선이라는 게 쉬운 게 아닌데 후보 등록 시점에 하자는 건 늦었다”고 말했다.
다만 윤 후보가 안 후보의 전격적인 단일화 제안에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됐다는 의견도 있다. 윤 후보가 안 후보의 제안을 거부하고 끝까지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정권교체 대의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책임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윤 후보는 (안 후보의 제안을) 받을 수도, 안 받을 수도 없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됐다”며 “윤 후보 입장에선 진퇴양난이고, 단일화에 대한 모든 책임을 윤 후보가 져야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 전문가는 단일화가 야권의 대선 승리를 확실하게 만들 카드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김성수 교수는 “단일화를 통해 높은 득표율로 야권이 이길 경우 향후 국정운영의 동력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준 교수는 “야권이 단일화에 실패하면 질 것이고, 성사되면 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소장도 “윤 후보와 이 후보 간 박빙 구도에서는 중도층 행보에 달렸다”며 “단일화가 중도층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결국 단일화 여부가 대선 승패를 좌우할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헌 강보현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