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가능성 높아져” “尹, 여론조사 안 받을 것”… 전문가 팽팽

입력 2022-02-14 04:02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그니엘 호텔에서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을 만나 면담을 갖기 전에 악수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전격 제안으로 야권 단일화 논의가 수면 위로 튀어 올랐다. 그러나 대선 판도를 뒤흔들 야권 후보 단일화가 성사될지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단일화 방식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안 후보는 여론조사 기반의 ‘국민경선’을 공식 제안했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후보 간 담판을 선호하는 상황이다.

야권 단일화 성사 여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13일 “안 후보가 공개적으로 제안했다는 것만으로도 단일화 성사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며 “어떤 형태로든 단일화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소장은 이어 “방식은 협상 과정에서 결정할 문제이고, 보수 야권 지지자들이 단일화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상황에서 윤 후보가 안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윤 후보가 (안 후보 측 제안을) 안 받아들이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2∼3일 정도면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가 가능하기에 아직 시간이 촉박한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진통 끝에 무선전화 100% 방식으로 2개의 여론조사 기관(각각 1600명)에서 적합도와 경쟁력을 모두 묻고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에 합의, 하루 만에 여론조사를 마친 전례도 있다.

안 후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의 여론조사 경선을 거론하며 “그때 합의한 문항과 방식이 있다”며 “따라서 단일화 경선 방식을 두고 다시 원점에서 논의할 이유는 없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윤 후보가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김성수 한양대 정외과 교수는 “윤 후보가 안 후보의 여론조사 방식을 통한 단일화 제안을 받지 않을 것 같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각종 논란 등 부정적인 이슈가 많은데, 윤 후보 입장에서는 굳이 단일화로 여론의 관심을 바꿀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경선에 의한 단일화는 없다고 윤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공언한 상황에서 안 후보 제안을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론조사 경선이라는 게 쉬운 게 아닌데 후보 등록 시점에 하자는 건 늦었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대선 후보 등록 첫날인 이날 후보 등록에 앞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분향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다만 윤 후보가 안 후보의 전격적인 단일화 제안에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됐다는 의견도 있다. 윤 후보가 안 후보의 제안을 거부하고 끝까지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정권교체 대의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책임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윤 후보는 (안 후보의 제안을) 받을 수도, 안 받을 수도 없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됐다”며 “윤 후보 입장에선 진퇴양난이고, 단일화에 대한 모든 책임을 윤 후보가 져야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 전문가는 단일화가 야권의 대선 승리를 확실하게 만들 카드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김성수 교수는 “단일화를 통해 높은 득표율로 야권이 이길 경우 향후 국정운영의 동력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준 교수는 “야권이 단일화에 실패하면 질 것이고, 성사되면 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소장도 “윤 후보와 이 후보 간 박빙 구도에서는 중도층 행보에 달렸다”며 “단일화가 중도층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결국 단일화 여부가 대선 승패를 좌우할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헌 강보현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