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는 검찰, 김혜경은 경찰… 초유의 ‘영부인 리스크’

입력 2022-02-14 00:05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왼쪽 사진)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씨. 뉴시스

대선을 한 달도 안 남긴 상황에서 여야 대선 후보를 겨냥한 수사가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후보 배우자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고소·고발전으로 번지면서 유례없는 ‘영부인 리스크’가 부각되는 양상이다. 다만 15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됨에 따라 수사기관이 가시적 ‘액션’에 나설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법조계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받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에 대한 검찰의 직접 조사 여부다. 검찰은 지난해 말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을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했고, 현재 법정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자금을 대는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권 회장 등을 재판에 넘기며 김씨의 가담 여부 등은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소환조사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평가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조사 자체가 선거에 개입하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는 만큼 (수사팀도)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후보 배우자를 타깃으로 한 의혹 제기는 연일 거세지고 있다. 최근에는 김씨가 당초 알려진 신한금융투자 계좌가 아닌 다른 계좌를 통해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식 146만주(약 50억원)를 거래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그간 윤 후보 측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김씨가 손실만 봤고 2010년 5월 이후로 거래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그 이후에도 거래한 흔적이 더 나왔다는 얘기다. 여당은 이날 권 회장이 김씨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컨텐츠의 각종 전시 행사를 2010년부터 후원했다고 주장하며 “뇌물 공여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도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국민의힘은 김씨가 음식 배달과 집안일 등 사적인 심부름에 공무원을 동원하며 개인 음식값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했고, 다른 사람 명의로 처방전을 불법으로 발급받게 했다며 이 후보와 김씨 등을 국고손실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수원지검이 해당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첩하자 야당은 공수처에도 같은 고발장을 냈다.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가 지난달 30일 이른바 ‘혜경궁 김씨’ 의혹’을 다시 수사해 달라고 낸 고발 사건도 경찰로 이첩됐다.

다만 정치권의 네거티브 공방과는 별개로 영부인 리스크가 당장 강제 수사나 수사 결과 발표 등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15일부터 22일간 진행되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가 금지된다. 여야 양쪽에 낀 모양새인 검찰은 최근 정치권의 검찰청사 항의 방문에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