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가 지난 10일부터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를 기습 점거하고 농성 중이다. 조합원들이 건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본사 직원과 조합원 몇몇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으면서 사태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50여일째 파업을 하고 있다. CJ대한통운에 대화를 요구하면서 물리적 압박에 나섰지만, 건물 유리문이 깨지고 직원들이 다치는 등 피해가 발생하면서 노조의 운신 폭은 좁아지고 있다.
CJ대한통운은 13일 입장문을 내고 “지금 CJ대한통운 본사는 법치국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하기 힘든 수준의 폭력과 불법이 자행되는 현장으로 전락했다. 불법과 폭력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다시 한 번 정부에 요청한다. 폭력과 불법은 어떤 경우에도 합리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노조의 진입으로 직원 3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CJ대한통운은 기습 점거에 관여한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을 포함해 전체 조합원을 주거침입, 재물손괴,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노조의 점거로 매일 10억원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노조가 강하게 나올수록 본사가 할 수 있는 건 적어진다. 최근 들어 비노조 택배기사와 직원들 반응이 격앙돼 더 원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극한 대립 양상을 보이자 전국비노조택배기사연합(비노조연합) 소속의 기사 150여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파업 중단, 배송 정상화, 노조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했다. 정부가 노조의 폭력·불법을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슬기 비노조연합 대표는 “대화를 하자면서 사옥을 부수고 직원 멱살을 잡는 것이 대화인가. 지도부는 총사퇴하고, 테러 행위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분류 전담인력 투입과 고용·산재보험 가입 등에 필요한 비용을 위해 택배비를 인상했는데도, 그 비용을 노동환경 개선에 제대로 투입하지 않았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CJ대한통운 측은 기업공시로 경영상황을 공개하고 있고, 본사는 노조의 교섭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대화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택배노조는 파업 조합원들의 생계 지원을 위해 채권 발행을 확정하며 장기화 대비에 나섰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