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침공 위협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현지에선 수많은 시민들이 길거리로 나와 행진하는 등 러시아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선 수천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힘차게 국가를 부르고 국기를 흔들며 행진을 이어갔다. 현장에는 ‘저항하라’고 적힌 현수막과 동시에 ‘전쟁은 답이 아니다’라고 적힌 팻말도 있었다. 현장에 있던 학생 마리아 셰르벤코는 AFP에 “공포에 떨어봐야 소용없다”며 “우리는 독립을 위해 단결하고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자녀 두 명과 함께 시위에 참여한 나자르 노보셀스키는 “우리는 두렵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반대하고 군대를 집결시킨 러시아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도 높았다. 60대 의사 나탈리아 사보스티코바는 “어째서 푸틴이 우리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현지에선 한 때 세계 3위 규모의 핵보유국이었지만 비핵화가 이뤄진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국 더 타임스는 이날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이 현재 비핵화 압박을 받는 북한, 이란 등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고 보도했다. 한때 핵탄두 170개를 통제·관리했던 미사일부대 사단장 출신 미콜라 필라토프 예비역 소장은 더타임스에 “우리가 지금 핵무기를 갖고 있다면 세계의 존중을 받고 안보도 챙길 수 있었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위협에서도 자유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한 때 핵탄두 약 1700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70여발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1994년 비핵화에 나서 그 해 12월 5일 헝가리에서 ‘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각서’를 체결했다. 핵을 포기하는 대신 우크라이나의 독립·영토 보전을 국제사회가 약속한다는 내용이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사회 혼란 방지를 위해 자국민을 향해 침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침공할 것이라는 확실한 정보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실제 침공 여부를 놓고 극심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구실을 만들기 위해 이르면 다음 주 자작극을 기획하고 있다고 서방 정보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서방 정보관리들은 러시아가 공격자들의 국적을 허위로 꾸며 실제 공격 주체를 속인 뒤 사태를 선전선동에 이용하는 ‘가짜 국기’ 작전을 펼칠 것이라는 정황을 포착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미국 측 경고를 황당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외교담당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는 “‘침공설’을 둘러싼 서방의 긴장 증폭이 조직적으로 진행되면서 히스테리가 극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