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위기대응 의료제품’으로 지정하고 어제부터 약국과 편의점에서 1인당 1회 5개로 구매를 제한했지만 시행 첫날부터 혼란이 벌어졌다. 일선 약국에서는 20~25개로 포장된 진단키트를 낱개로 소분하면서 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고 이마저도 순식간에 동이 났다. 식약처가 위생을 위해 약국에 제공하기로 한 소분용 일회용 비닐이나 장갑은 잘 전달되지 않았다. 편의점에는 정작 제품이 들어오지 않거나 업주가 편의점 판매 사실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경우도 있었다. 급히 진단키트가 필요한 소비자 입장에선 여전히 구하기 어려웠다.
선별진료소에서도 진단키트를 이용한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지만 한파에 대기 줄이 길어 자가진단키트로 간편하게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이 많다. 오미크론 확진자가 하루 6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자가진단키트의 수요가 많아질 것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품귀 현상·가격 급등 우려가 제기됐으나 정부는 물량에 문제가 없다며 정교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가격 급등은 현실화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조사 결과 지난 3일 6000~1만원대였던 자가진단키트는 7일에는 2만5000원까지 올랐다. 제2의 마스크 대란은 없을 것이라던 정부의 말은 허언이었다. 정부가 부랴부랴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고 1인당 5개로 구매를 제한했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한 곳에서 1회 5개씩 제한되지만 하루에 장소를 바꿔가며 몇 차례 더 사는 건 제한이 없다. 한 사람이 여러 곳을 돌면서 사재기를 할 수 있는 길은 열려있는 셈이다.
정부는 현 상황이 절대적인 물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현장에서는 쉽게 살 수 없는 것인가. 물량이 충분하다면 누구나 필요할 때 적정한 가격으로 자가진단키트를 구매할 수 있도록 유통 경로를 안정화해야 할 것이다. 판매처마다 차이가 나는 금액을 위기 상황인만큼 정부가 관리하는 것도 검토해 볼만하다. 이런 금액이 부담되는 취약계층에 대한 무상 공급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사설] 여전한 진단키트 대란… 가격 급등에 품귀현상 지속돼
입력 2022-02-14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