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安 후보 단일화, 공동 정책부터 합의해 제시해야

입력 2022-02-14 04:03
대선을 3주 남짓 앞두고 야권 후보 단일화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다. 구체제 종식과 국민 통합을 위한 정권 교체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윤 후보도 “고민해보겠다”면서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이 박빙인 상황에서 선거 판세를 뒤흔들 대형 변수가 던져졌다. 이제 한동안 단일화 논의가 선거판을 점령할 가능성이 크다. 성사되느냐, 누가 되느냐에 유권자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정책과 비전 대결은 다시 뒷전에 밀릴 위기를 맞았다.

역대 선거에 여러 차례 등장한 후보 단일화는 한국 정치문화에 양날의 칼로 작용해 왔다. 결선투표가 없는 승자독식 선거제도에서 표심의 왜곡을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유권자의 선택지를 강제로 줄이는 일이기도 했다.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쳐 중요한 고비마다 정치 흐름이 바뀌었는데, 그 생명력은 거기까지여서 선거 이후에는 승자독식의 무대가 다시 펼쳐지곤 했다. 순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가진 후보 단일화는 이제 선거판의 공식처럼 새롭지 않은 과정이 됐다. 이번에도 선거 승리만을 위한 단일화에 그친다면 정치공학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양측은 단일화를 어떻게 하느냐, 누구로 하느냐보다 왜 해야 하는가, 그래서 무엇을 하려는가에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볼썽사납게 유불리만 따지거나 지분을 흥정하는 식의 기계적인 협상을 되풀이한다면 단일화의 명분은 퇴색할 것이고 시너지는커녕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후보 단일화가 정치공학을 넘어서려면 단일후보를 정하는 협상 자체가 유권자를 설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방법은 정치학회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들이 이미 제시했다. 유럽 각국의 연립정부 구성이나 결선투표 과정에서 많은 선례도 찾을 수 있다. 공동 어젠다와 정책부터 합의하고, 누가 단일후보가 되든 함께 추진하겠다고 약속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연합정권이나 공동정부에 버금가는 가치와 비전의 실질적 연대를 구축해야 유권자에게 단일화 명분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후보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바로잡겠다고 말하고 있다. 책임총리제 등 여러 방법이 거론된다. 단일화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정부 모습이 그려진다면 정치개혁을 앞당기는 결과가 되겠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단일화가 이뤄진다 해도 선거용에 그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