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반도체 등의 주요 분야에서 기술인재 붙잡기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우수한 기술인재는 정년 이후에도 근무하도록 하는 방안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기술력과 경험을 갖춘 기술인재를 확보하고, 고령화에 따른 노동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우수 인력이 정년 이후에도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시니어 트랙’ 제도의 구체적인 시행 지침을 마련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인사제도를 개편해 ‘시니어 트랙’을 도입했다. 삼성전자가 노리는 건 두 가지다. 우선 고령화, 인구절벽 등 노동환경 변화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동시에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의 가치를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려는 의도다.
SK하이닉스는 2018년부터 ‘기술 전문가’(HE)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우수 엔지니어가 정년 이후에도 기술력을 발휘하고 후배들을 육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설립한 사내 대학 ‘SKHU’에서 퇴직임원이 후배들을 교육하는 ‘전문 교수제’도 시행하고 있다. 우수 엔지니어가 실무를 하면서, 사내 대학에 참여하는 형태도 추진 중이다. LG전자는 특화된 기술력을 보유한 임직원의 경우 정년 이후에 컨설팅 계약을 맺고 자문 역할을 맡기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들은 반도체, 배터리, 전자제품 등의 경쟁이 치열한 분야일수록 ‘기술 주도권’을 잡으려면 오랫동안 기술·경험을 축적한 인재가 중요하다고 본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달 내놓은 신년사에서 “훌륭한 기술 인재에게 정년이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고령층 인력 활용의 해법을 찾는 일도 다급해졌다. 정부는 60세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고령층 계속고용제를 도입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지난 10일 밝히기도 했다. 다만 산업계 전반에서 일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면 재계 반대에 부딪히거나, 신규채용 하락과 청년층 반발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