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패션’서 ‘건강패션’으로… 해외서도 잘 나가는 K-레깅스

입력 2022-02-14 04:04
레깅스를 포함하는 ‘애슬레저룩’이 뜨겁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애슬레저룩 인기는 치솟고 있다. 애슬레저 브랜드인 젝시믹스는 홍콩 타임스퀘어에 오프라인 매장까지 열었다. 사진은 홍콩 매장의 전경.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제공

IT기업을 다니는 직장인 엄희윤(32)씨의 옷장에는 운동복이 절반쯤을 차지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재택근무가 일상화하자 운동을 시작했다. 출퇴근 시간을 아낀 만큼 운동을 즐기면서 운동복, 특히 레깅스가 주요 복장으로 자리 잡았다. 엄씨는 “운동으로 탄탄해진 몸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레깅스나 크롭티를 입으면 자신감도 생기고 기분도 좋아 평소에도 즐겨 입는다. 운동하는 게 지칠 때쯤 새로운 운동복을 장만하면서 다시 힘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레깅스로 대표되는 ‘애슬레저룩’ 인기가 거침없다. 1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레깅스 시장 규모는 약 1조원으로 추산된다. 나이키, 아디다스, 룰루레몬 등 해외 브랜드뿐 아니라 젝시믹스, 안다르, 뮬라 등 토종 브랜드 약진도 눈에 띈다. 국내 레깅스 브랜드 1위 젝시믹스는 지난해 1~11월에만 판매량 1071만개를 기록했다.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레깅스를 포함한 하의다. 지난해 11개월간 400여만장에 판매했다. 2020년 같은 기간보다 18.6%가량 늘어난 수치다.

젝시믹스는 해외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젝시믹스를 운영하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홍콩 뉴질랜드 몽골 일본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홍콩에서는 대형 쇼핑몰 타임스퀘어에, 뉴질랜드에서는 오클랜드에 111m²(약 33평형) 규모의 스트리트 매장(사진)을 열었다. 몽골 수도 올란바토르의 자이산 스타 백화점에도 젝시믹스 매장이 들어섰다.

일본에선 아예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지난 2일부터 요코하마의 ‘라조나 가와사키 플라자’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고 다음달부터 긴자, 시부야, 나고야 등에 있는 대형 백화점과 쇼핑몰에서 팝업스토어를 선보일 계획이다. 젝시믹스는 올해 상반기 중국 대만 카자흐스탄 등에서도 유통채널을 넓힐 예정이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누적 100억원의 해외매출을 기록했다. 해외 고객 반응을 면밀히 분석해 올해를 해외 진출의 원년으로 삼고 중국법인 설립과 오프라인 매장의 적극적 확대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젊은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레깅스 패션’이 남성에게로 확산하고 있다. 애슬레저룩에 거부감을 느꼈던 남성들의 인식 전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애슬레저 브랜드 뮬라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뮬라맨즈 매출은 상반기보다 2.2배가량 증가했다. 남성 제품 가운데 가슴 부위는 커 보이고 몸 자체는 날씬하게 보이는 기능성 티셔츠 ‘피지크 업 숏 슬리브’가 반기 만에 300%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뮬라맨즈는 출시 1년 만에 회원 4만여명을 확보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뮬라맨즈는 올해 매출 1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운동을 하며 자기 관리를 하는 트렌드는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이 달라진다고 하더라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레깅스 패션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평상복으로도 활용되면서 애슬레저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