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교인을 ‘가거나 보내는’ 선교사로 세운다. 교회학교 어린이부터 청장년까지 선교가 체질이 된 신반포교회의 목표다. 신반포교회는 홍문수(65) 목사가 부임한 이래 30년 동안 전 부서의 사역, 프로그램, 재정의 초점을 선교에 맞추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교회에서 만난 홍 목사는 “성경적 교회는 선교하는 교회이고, 선교하는 교회가 건강한 교회, 나아가 성장하는 교회가 된다”며 “선교가 교회를 이뤘고 또 교회가 선교를 이뤄가는 것이다. 모든 분야에 탁월했지만 선교를 하지 않았던 성경 속 예루살렘교회가 아니라 이방인에게 전도하는 모범을 보였던 안디옥교회를 닮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목사가 담임목사로 부임한 1992년까지만 해도 교회가 파송한 선교사는 한 명도 없었다. 선교가 무엇인지도, 왜 해야 하는지도 몰랐던 성도들에게 그는 선교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젊은 나이에 담임을 맡으면서 하나님께 어떤 교회를 만들기 원하시는지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우리 교회의 인적·물적 자원을 전 세계에 나누는 선교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선교사에게 관심도 없이 매달 후원금만 보내는 ‘구색 맞춤 선교’가 아니라 전 교인이 같은 마음으로 선교지를 품는 ‘진짜 선교’ 말입니다.”
선교적 교회를 향한 결단을 한 후, 홍 목사는 바로 단기선교를 계획했다. 성도들이 직접 선교 현장을 보고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당회의 반대가 심했다. 당시 장로들은 선교를 ‘외화 유출’ ‘재정 낭비’로 생각했다. 홍 목사는 원로목사와 장로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먼저 단기선교에 참여하도록 했다. 그렇게 다녀온 교회 어른들의 생각은 바뀌었다. “당시 한 달에 한 번씩 원로목사님이 주일설교를 하셨는데, 단기선교에 다녀오신 직후에 하신 설교 제목이 ‘가보라’였습니다. 선교지를 한 번이라도 가 본 사람들은 선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홍 목사의 표현을 빌자면 하나님께서는 ‘그의 등을 떠다밀 듯이’ 선교적 교회를 만들어 나가셨다. 주일예배와 교회학교 공과공부에 선교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고 단기선교학교 선교축제 선교기도회 등을 꾸준히 이어나갔다. 그는 “부서별로 매년 개최하는 선교축제는 지난해 30회를 맞았고, 매주 토요일 오후 6시에 모이는 선교기도회는 지난 12일 1565회째 열렸다”며 “코로나19 이전까지는 방학 때만 되면 교회가 한산할 정도로 많은 성도가 단기선교에 참여했다. 성도들이 이런 분위기에서 신앙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교사로 헌신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2020년엔 110호 선교사까지 파송했다”고 말했다.
선교사를 파송하는 성도들은 기도와 물질로 후원했다. 단기선교에 같이 갔던 내 친구, 함께 훈련받은 동역자의 자녀, 교회에서 매주 만나던 부교역자가 선교사로 나가게 되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고 마음을 쓸 수밖에 없었다. 팬데믹 기간에도 온라인을 통해 현지 선교사와 연락하고 소식을 듣는 ‘랜선 단기선교’가 진행됐다. 이제는 담임목사가 시키거나 강조하지 않아도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선교의 바퀴를 굴려 나가고 있다.
홍 목사는 교회가 훈련을 강조한 나머지 성도들의 머리만 커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가 성도들을 훈련할 때 그들이 복음을 듣고 믿음으로 구원받는 것으로 끝나게 해선 안 됩니다. 성도들이 배운 것을 전도와 선교로 행하도록 권면해야 합니다. 배운 것을 밖으로 흘려보내지 못하는 교회는 안에서 고여있어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선교를 통해 복음을 나누며 교회가 안정되는 것은 신반포교회가 직접 경험한 사례이기도 하다. 홍 목사가 담임으로 부임하기 직전 교회는 둘로 나뉘어 갈등하다가 일부 성도들이 전임 목사를 따라 나간 상황이었다. 남은 성도들의 마음이 어수선하고 서로 갈라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선교를 통해 성도들이 하나가 되고 치유되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선교하는 교회를 얼마나 기뻐하시는지 새삼 실감했다.
하나님의 계획하심은 또 있었다. 서울대 불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홍 목사는 끌려가다시피 했던 대학선교단체 수양회에서 예수님을 영접했다. 84년 총신대 신대원에 진학하면서 프랑스어와는 멀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부교역자가 불어권인 서부 아프리카로 파송을 받으면서 불어권 선교에 눈뜨게 됐다. 그는 2008년 한국불어권선교회 이사장으로 취임한 데 이어 2013년에는 국내 최초 ‘불한성경’을 발간하는 등 불어권 복음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홍 목사는 ‘선교하지 않는 교회는 교회가 아니다’라는 신념으로 목회 마지막 날까지 선교적 교회를 온전히 세우는 꿈을 꾼다. “제가 처음 부임했을 때 선교를 그렇게 반대하던 장로님이 선교의 중요성을 깨닫고 아프리카를 평생 마음에 품었습니다. 그 아들과 며느리도 함께 아프리카를 위해 기도하더니 얼마 전 손녀가 선교하러 네팔에 다녀왔습니다. 전 세대가 ‘선교하는 가족’이 되는 역사가 교회 안에서 계속 일어나길 기대합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