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자는 민족주의 교육을 한껏 받고 자란 데다 한국 옷의 역사를 공부한 후로 어떻게 하면 우리 전통을 세계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로 만들어 갈 수 있을까 하는 게 오랜 관심사였다. 우리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내놓은 문화 상품이 일본 ‘젠스타일(Zen Style)’로 느껴질 때 다른 대안은 없을까 고민이 많았다. 서울 인사동에서 세련된 전통 디저트 전문점을 만났을 때도 일본 교토 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 인테리어와 포장법이 뭔가 불편했다. 우리만의 방식은 보이지 않고 일본이 전통을 현대화했던 방법을 그대로 따른 것 같아 느껴지는 무안함이었다.
얼마 전 북촌 입구에 있는 커다란 한옥 카페에 들어섰을 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분위기와 활기가 느껴져 차분히 앉아 생각을 고치게 됐다. 한옥을 그대로 두면서 요즘 스타일의 인테리어와 디저트를 조합한 방법 자체는 역시 유럽이나 도쿄 어딘가에서 본 것 같지만 그 안에 있는 한옥의 기둥과 마루, 기와, 그리고 그곳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달라 매우 다른 느낌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꼭 나만의 것, 나만의 방식만 옳은 것이라는 발상이 잘못일 수 있겠다는 각성이 들었다.
젠스타일도 알고 보면 1990년대에 서구 사회에서 자연친화적이고 간결한 생활을 추구하며 일본의 전통 건축양식을 차용했던 디자인 사조다. 건축과 인테리어를 넘어 생활문화 전 영역에서 큰 트렌드를 이룬 젠스타일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아시아 지역으로 역수입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서구 사회가 동양 문화의 요소를 마음대로 가져다 쓴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여러 문화가 상호작용하며 혼종을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문화란 과거에도 지금도 서로 교류하면서 자기만의 맛을 만들어간다. 네 것 내 것을 따지는 일보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창의적인 전통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고 궁금하다.
윤소정 패션마케터